계룡산이 겹겹이 두른 저 푸르름은 동쪽 대전을 물들이고 서쪽북쪽내포평야까지 이어지고 사방의 저 물소리는 한밭 땅을 휘돌고 충청 깊숙이 스며드니 이미 경계는 없고 같은 사투리 닮은 웃음, 충청인 듯 대전인 듯, 사람은 다 같은 사람 아닌가. 정재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공동추진위원장의 말이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정재근 원장은 오늘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간 공동위원장으로 만났다. 오랜 행안부 관료 생활이 이 자리로 이끌었고 정 위원장은 대전과 충남을 넘나들며 아래 윗사람 가리지 않고 의견을 듣고 전하며 통합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청주·청원 그리고 마창진 통합 실무를 지휘한 경험은 대한민국 공직자에겐 매우 드문 사례. 그래서 그는 ‘통합’에 적임이다. 국가개조라는 소명이 그를 이끌고 있다. 이제 통합 작업은 대선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장소 논산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원장실 / 대담 이영애 발행인 / 정리 엄정권 대기자 / 사진 전화수 기자 / 영상 제갈욱 PD |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오랜만에 뵙는데 여전히 건강하시군요.
정재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공동위원장_그냥 담소나 나누자고 만든 자리인데, 판이 커졌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이영애_ 위원장님 관련 영상을 쇼츠로 만들었습니다. 핸드폰으로 QR을 찍어 보시고 소감 한 말씀 하십시오.
정재근_ 대전·충남 통합 요체를 정확히 짚었군요. 저도 유튜브하고 편집도 다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영상 하나 올렸습니다.
이영애_ 재주도 좋으시지만 배움의 열정이 놀랍습니다. 늦은 나이에 신기술을 습득하시니 위원장님이 왜 지금까지 승승장구하셨는지 이해됩니다. 또 젊게 사시는 게 건강 비결 같습니다. 아침에 올린 영상이 궁금하네요.
정재근_ 아내가 차려준 밥상이 근사해서 올렸습니다. 정성껏 차렸기에 기분 좋아 찍어서 바로 편집기로 작업했지요.
이영애_ 사랑받는 남편이 바로 여기 있네요. 이제 통합 얘기를 할까요. 대전·충남 행정통합 작업을 하려면 대전시장님과 충남도지사님의 합의가 가장 중요한 것같은데요.
정재근_ 물론 합의하셨죠. 제가 이 일을 맡을 때부터 확인한 겁니다. 통합이라는 건 미래를 담보하면서 국가를 위한 큰 일인데 이 일의 방향과 진정성을 알기 위해 두 분을 뵈었던 겁니다. 제 경험(청주·청원 통합, 마창진 통합 작업)으로 보면 통합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체장의 통합 의지입니다. 여러 가지 극복할 과제들이 있지만 잘 안되는 것은 거의 다 자치단제장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기 북부 지역 등 행정체제 개편 때마다 나오는 그런 지역이 안되는 이유는 단체장간의 합의가 안돼서 그렇다고 봅니다. 단체장들 합의만 되면 통합 작업 70%는 끝난 겁니다.
이영애_ 그렇군요. 위원장님은 청주·청원 마창진 등 통합을 지휘하셨죠?
정재근_ 실제로 시군 통합은 지역 주민의 삶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보니 주민들 의견을 모으고, 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게 아주 어려워요. 청주 청원 같은 경우 청주시민과 청원 군민 의견이 서로 다른 거예요.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는 단체장들도 합의하고 시민단체도 동의했지만 막상 군민들은 통합되고 나면 쓰레기 소각장이 우리 쪽으로 오는 것 아니냐 등 이런저런 걱정과 의심을 하니까 민심 통합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영애_ 그런데 대전·충남 통합은 왜 하는 건가요? 이른바 국가 개조 차원의 시대적 소명인가요?
정재근_ 그렇죠. 광역단체끼리의 통합은 국토 균형발전에서 검토돼야 하고 국가 개조 차원에서 진행돼야 합니다. 여건이 어렵다면 잠시 중단되는 일은 있다해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이는 중앙정부도 다 동의하고 있고 국민도 대체로 다 이해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다 잘 될겁니다. 광역 단체장 자리가 하나인데, 그런 문제는 어떡하냐는 질문도 더러 있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찬형 충남도 정책기획관_ (정 위원장 설명에 부연한다) 위원장님께서 지금 강조하셨지만 입법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법률적 준비를 잘 하고 있습니다. 양쪽 단체장님께서 모두 통합 의지가 확고하기에 저희는 실무적으로 잘 챙기고 있습니다. 국회에 제안을 하면 국회가 잘 판단해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영애_ 대전·충남 통합으로 태어나는 초광역단체 법적 성격을 특별시로 정했다는데 양측이 충분히 협의했겠죠?
정재근_ 먼저 특별시라는 이름을 붙인 건 국가 대개조의 영역에 들어선다는 의미입니다. 통합이 대전 충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방에 큰 지방정부를 여럿 만드는 첫 단추가 되는 거죠.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수준에 도달을 목표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겁니다. 적어도 서울특별시 같은 위상을 가지면서 권한과 재정을 중앙정부로부터 상당 부분 위임받아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는 통합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영애_ 통합 관련해서 기초단체장들 반발은 없나요? 계산법이 다 다를 것같은데요.
정재근_ 반발이 전혀 없을 수 없죠. 광역 단위 통합으로 기초단체는 그대로 유지한다해도 사전에 좀 귀띔이라도 해주었으면 공감대가 넓어진 상태에서 통합 작업 발표를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지적은 있어 보이지만 시장님 도지사님 광역의회 의장님 등 네 분이 발표를 한 것이니, 기초단제장님들 입장에선 좀 섭섭한 마음은 들 수도 있을 겁니다.
이영애_ 그리고, 내년6월 지방선거가 있는데요, 통합작업이 그 때쯤 마무리될 수 있을까요?
정재근_ 누구도 장담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하다고 보고 추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그렇다면 국회와의 관계가 중요할 것같습니다.
정재근_ 대전 충남 특별시를 만드는 특별법안을 내면 국회가 심의할텐데, 저희 목표는 정기국회 열리기 전 일단 6월까지 법안을 내려고 했는데 정치 일정 변수가 생겨서 주민들과 좀 더 소통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저희도 주민 소통 등 미진했던 부분이 있나 점검하고 의회 의견도 존중해야 하고요. 어쨌든 법안을 9월 전에 내서 국회가 정식으로 다루게 되기를 바랍니다. 국회는 나름대로 주민 의견도 수렴할 것이고 필요하면 공청회도 열고 수정 작업도 하면서 12월까지 작업을 마치면 6월 통합특별시 선거는 가능합니다.
이영애_ 이해가 됩니다. 광역단체 통합이 최근 들어 자주 논의되고 있는 것같습니다.
정재근_ 성장과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2000년대 초만해도 우리나라엔 성장에 대한 고민은 없었죠. 우리는 이미 인적자원도 풍부하고 성장하는 방법도 다 체득했고요. 그렇게 성장하면서 민주화도 이루고 또 풀뿌리 민주주의도 안착시키면서 주민 서비스도 향상됐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성장은 어느덧 정체되고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불거지기 시작합니다.
이영애_ 대통령 당선인 측과 소통이 잘 되나궁금합니다. 이번엔 정 기획관에게 여쭤볼까요? 기획관님은 정말 지방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중요한 현장에 계십니다.
정찬형_ 네, 실무 차원에서 책임감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양쪽에 국정과제 채택을 제안 해놓았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공약을 정리하는 작업이 있겠죠. 당선인 측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전부 불러서 공약을 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국정과제로 추진할 수 있도록 열심히 힘을 모으겠습니다.
이영애_ 이건 주변에서 꼭물어보라 한 건데요, 미국 유학 때 링컨 생가를 갔던 일이 평생 교훈이 됐다면서요?
정재근_ IMF 때 유학을 가서 벼르던 끝에 링컨의 오두막집을 방문했습니다. 박물관 안에 오두막이 있더군요. 그 오두막을 쭉 둘러보고 기념품 가게를 지나치려는데 링컨이 한 말이라며 일종의 어록같은, 저를 사로잡는 딱 한 마디를 봤습니다. ‘I WANT TO BE A PERSON WHOSE PLACE HAS PROUD. 나는 내 고향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말이 너무 인상 깊어 공직 생활 내내 가슴에 새기면서 언제 어디서나 나는 지방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지운 적이 없고 지방을 위해 뭔가 뜻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공직을 다하고 고향에 돌아와 공직을 이어가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저는 이 길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영애_ 자, 이제 즐거운 인터뷰를 위해 사행시 질문 드립니다. 대, 전, 충, 남으로 지어주세요.
정재근_
대 전 충남은
전 국의 중심입니다
충 청도의 충(忠)자는 가운데 중자에 마음 심자이지요
남 아있는 마음 하나도 없이 진심을 다해 우리 하나로 다시합칩시다.
이영애_ 시도민들에게 통합 작업에 대해 지지와 성원을 부탁하는 말씀을 들으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정재근_ 존경하는 대전 충남 360만 시민 도민 여러분, 저희들이 통합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통합은 대한민국을 불균형 성장의 늪에서 끄집어낼 획기적인 기회입니다. 구체적인 이유와 방법은 직접 찾아 뵙고 설명드리고 소통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마음을 닫지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객관적으로 우리 미래를 판단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영애_ 한가지 일을 해도 누가 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충청도 말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뭐가 달라도 다르것쥬! 저도 정 위원장을 응원하겠습니다.
[지방정부티비유=엄정권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