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그노벨상은 사람들을 웃게 한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하면서 ‘왜’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이 이 상의 목적이다. 황당함 속에 허를 찌르는 위대한 연구를 위한 찬사, 이그노벨상을 소개한다.
기획 황진아 기자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과학잡지 《황당한 연구연보》(The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1991년 제정한 이그노벨상은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매년 10월 발표되는 노벨상 시상식에 앞선 9월 중순 발표된다. ‘불명예스러운’이란 뜻의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친 이그노벨상은 심사와 선정도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맡으며 평화, 사회학, 물리학, 문학, 생물학, 의학, 수학 등 약 10개 분야의 엉뚱한 연구들을 선정한다.
시상식도 유쾌하게 진행되는데 수상하는 연구자들은 각자의 연구를 상징하는 분장을 하고 나오는가하면 수상소감이 너무 지루하면 관중들이 미리 나누어준 종이비행기를 무대로 날린다. 상금은 0원, 시상식 참가비마저 각자 부담하지만 2010년과 올해는 상금으로 10조 짐바브웨달러(한화 4000원 가량)를 수여하기도 했다.

지난 9월 17일 진행된 25회 이그노벨 시상식에서는 3kg 이상인 포유류의 소변 시간이 평균 21초라는 것을 계산해 낸 미국·대만 연구팀이 물리학상을, ‘응?(Huh?)’이라는 단어가 전 세계적으로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을 발견한 네덜란드 연구팀이 문학상을, 자신의 몸에 직접 벌침을 놓아 콧구멍, 윗입술, 성기가 제일 통증이 심하다는 것을 밝혀낸 미국 코넬대학원생 마이클 스미스가 생리 및 곤충학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닭에게 인공 꼬리를 붙이면 티라노사우르스처럼 걷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칠레 연구팀이 생물학상, 뇌물을 거부한 경찰에게 얼마의 성과급을 줘야 하는가를 밝힌 방콕 경찰국이 경제학상, 삶은 달걀을 다시 날달걀로 만드는 ‘와류 유체장치’를 개발한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이 화학상을 받았다.
언뜻 보면 도대체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연구들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위한 시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삶은 달걀을 날달걀로 만드는 와류유체장치는 앞으로 단백질 구조에 관한 더 정교한 연구를 가능하게 했고, 제약 연구에 있어 비용과 자원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게 됐다. 포유류의 소변 시간이 평균 21초라는 측정한 연구는 단순히 소변 시간을 잰 것이 아니라 몸 크기에 차이가 있는 동물들이 어떻게 비슷한 시간에 소변을 보는지를 연구한 것으로 이를 통해 동물마다 다른 유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다. 또 닭에 인공꼬리를 붙인 이유는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이그노벨상의 선정 기준은 ‘대중에게 웃음을 주고, 호기심을 유발하며, 생각할 수 있게 하는가’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것을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안드레 가임 교수는 자기력을 이용해 개구리를 공중부양 시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후 열흘 뒤 진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드레 가임 교수는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이 똑같은 가치를 가지며 사람을 웃게 해준 이그노벨상 수상이 부끄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엉뚱하고 유쾌한 아이디어로 얻는 과학적 진보, 이그노벨상을 그저 웃긴 연구에 주는 상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