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 강으로, 도심은 녹지로, 기억은 광장으로
서울특별시가 추진 중인 한강버스, 세운지구 개발,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은 서로 다른 영역의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세 사업을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서울은 지금 어떤 도시로 재편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교통과 공간, 국가 상징을 각각 다루고 있지만, 이들 사업은 공통적으로 도시의 흐름과 구조, 그리고 기억이 형성되는 방식을 재조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한강을 달리는 새로운 교통축
한강버스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한강을 교통·관광·여가를 아우르는 일상적 이동 공간으로 확장하는 수상 대중교통 모델이다. 여의도·잠실·압구정·뚝섬·망원·마곡·옥수 등 주요 거점을 잇고, 199인승 친환경 하이브리드 선박과 155인승 전기 선박 등 총 12척이 투입된다.
지하철·시내버스·따릉이와 연계한 환승체계, 기후동행카드 적용, 실시간 운항 정보 제공을 통해 접근성과 이용 편의도 강화했다. 도입 과정에서 안전성 우려가 제기됐으나, 정부 합동점검 결과 운항과 직결된 사항은 대부분 조치됐으며, 항로 정밀 점검과 시설 보완을 거쳐 전 구간 운항 재개를 앞두고 있다.
한강버스는 교통 혼잡 완화와 탄소 저감, 수변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서울형 수상교통 실험으로, 강을 다시 ‘이동하는 도시 공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워서 잇는 도심, 세운지구의 녹지 실험
세운지구 개발은 노후 상가 정비를 넘어 서울 도심의 공간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세운상가군이라는 장기간 도심을 가로막아온 콘크리트 구조물을 해체하고,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남북 녹지축을 복원해 단절된 도심의 흐름을 시민의 생활권으로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차량과 건물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사람과 녹지를 우선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중심축이다.
문화재 훼손이나 민간 특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사업의 핵심은 밀도를 높이기 위한 확장이 아니라 공공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재배치에 있다. 저층부를 비워 녹지와 보행 공간을 만들고, 그 대신 높이와 밀도를 조정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기여로 환수하는 압축도시(Compact City)전략이 적용됐다.
세운4구역은 종묘 담장으로부터 170m 이상 떨어져 법적 심의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문화재 존중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선 제한을 적용하고 현장 실측을 제안하며 객관적 검증에 나섰다.
세운지구는 아파트 위주의 단일 개발이 아니라 주거·업무·문화·녹지가 결합된 직주락 복합도심을 지향한다. 공공임대상가 확대, 상가군 매입 기부채납 등 2천억 원대 공공기여는 이러한 방향성을 구체화한다.
청계천 동서 수경축과 연결되는 남북 녹지축이 완성되면, 서울 도심은 역사·자연·일상이 맞물리는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세운지구는 그 전환을 시험하는 핵심 현장이다.
광화문에 새기는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
광화문광장에 조성 중인 ‘감사의 정원’은 6·25전쟁 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희생에 대한 감사를 오늘의 도시 공간에 담아내는 국가상징공간 조성 사업이다.
권위적 기념시설이 아니라, 광화문광장을 시민과 세계가 기억을 공유하는 열린 상징 공간으로 확장하는 데 목적을 둔다. 지상에는 22개 UN 참전국과 대한민국을 포함한 23개의 조형물이 설치되고, 지하에는 감사의 의미를 전달하는 미디어 공간이 함께 조성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에 대해 시는 국기게양대 중심의 기존 구상에서 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연대를 담는 공간으로 발전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모든 절차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광화문이라는 국가 중심 공간에 자유와 평화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에는 조성 이후의 운영과 시민 소통을 통해 기억과 공감이 축적되는 공간으로 완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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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지금 이 도시는 한강버스는 강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세운지구 재편은 도심의 흐름과 구조를 다시 잇는다. 그리고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은 국가의 역사와 정체성을 시민의 일상 공간으로 끌어온다.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된 이 세 사업은 결국 서울이라는 도시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연결되며, 기억될 것인지를 묻고 있다. |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