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화장터와 공동묘지가 있었던 아미동은 해방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피난민들의 삶의 터전이됐다.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었고 가까이로는 감천문화마을과 자갈치 시장 등 유명한 관광지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아미동이 최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취재|황진아 기자
도시재생사업의 선도지역으로 꼽히는 부산 서구 아미동은 전쟁 통에 피난 온 사람들이 공동묘지 비석을 건축자재 삼아 그 위에 집을 짓고 살았던 곳이다. 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며 지금의 마을 모습을 형성했지만 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인구도 줄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도시재생사업은 마을에 활기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부산의 도시재생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아미동 미석문화마을’은 초기에는 비석마을이라는 용어와 가슴 아픈 역사 때문에 관광지로 만드는 것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최대한 주민들의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고, 커뮤니티 공간이나 사랑방, 산책로 등을 만들어 마을을 활성화시키겠다며 설득했다.
활발한 도시재생사업에 발맞춘 듯 아미동은 주민자치 활동이 유독 활발한 마을이었다. 아미동의 대표적인 마을기업 ‘아미맘스’는 서구 안에서도 유명할 정도였는데, 인근의 아미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아미골 기찻집 카페’를 운영하며 인근의 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이쿠키 만들기나 비즈공예 등의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 지역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몽골에 수출까지 됐다는 아미동의 ‘1% 사랑나누미’는 1인 최대 4계좌씩 적립금을 넣어 후원하는 방식으로, 후원금은 필요한 가정에 밑반찬이나 김장을 해서 나누고 있다. 아미동 마을 축제 ‘아미동에서 놀자’는 관의 개입 없이 주민들의 힘으로 기획하고 진행됐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는 것을 본 이영수 동장은 “30년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며, “관의 개념으로 기획했다면 아마 성공하지 못 했을 것”이라며 탄복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되는 ‘아미동에서 놀자’ 역시 주민들이 주도하고, 동사무소에서는 안전을 위한 도로 통제와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팔 수 있는 판매부스 단 두 가지만 관여하겠다고 얼마 전 주민들과 회의도 마쳤다. 이 동장은 “앞으로 이런 축제를 특화해 누구든지 와서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주민 스스로 마을을 이끌어가는 아미동’을 강조한 이 동장은 “행정이 끌어가는 것은 대부분 실패한다”며 “행정의 도움이 없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생력이 생겨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주민들에게는 “어렵고 힘들다고 포기하는 대신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새로운 아미동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아미동 주민센터(051-240-6550)로 문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