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은 낮은 자세로 집행부를 감시·감독하는 주민들의 대변자여야 한다. 그래야 혈세도 아깝지 않다. 그런데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45만 원짜리 의원 배지. 이건너무한 거 아닌가?
기획|양태석 기자
최근 경상북도 일부 기초의회 의원들의 의원 배지가 진짜 순금으로 제작돼 논란이 일었다. 의원의 상징이라고는 하지만 한 개당 45만원이나 하는 곳도 있었다. 국회의원 배지 가격의 무려 13배나 되지만 제한할 수 있는 법규는 없다.
문경시의회는 44만 원짜리, 청송군의회는 46만3000원, 청도군의회는 45만 원짜리 배지를 의원들에게 제공했다. 심지어 의성군의회는 45만6500원짜리 금배지와 3만6300원짜리 은배지 2개도 제공했다. 청도군의회와 청송군의회는 각각 3만5000원, 1만 원에 불과한 배지를 제공했다.
기초의회가 배지를 새롭게 제공한 이유는 2014년 제19대 국회의원 배지가 한자(國)에서 한글(국회)로 바뀌어 지방의원 배지도 한자(議)에서 한글(의회)로 교체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기초의회가 금배지를 만드는 데 수십만 원을 들이더라도 지방자치법 43조에 ‘지방의회는 내부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각 시군의회는 ‘의회기 및 의원 배지에 관한 규칙’을 마련했지만배지 규격(가로, 세로 18㎜)만 규정할 뿐 가격 제한은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원이나 되는 금배지를 단다는 것에 시민단체를 비롯한 국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센터장은 “시민들 입장에서 정말 황당한 사건”이라며 “그 배지도 결국 주민들의 세금인데, 주민 복지에 쓰일 돈이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남는 돈을 의회 배지를 사는 데 썼다고 해도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금 자체를 그런 용도로 쓰는게 맞는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초의회가 외유성 해외연수 등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인데, 지방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비도덕적·비상식적 행동은 전체 기초의회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시민들에게 의회의 효용성을 없애 기초의회 무용론이 나오게 한다. 기초의원들이 신뢰를 회복하고 자정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참고로 국회의원의 배지는 ‘순은’ 5.8g에 0.2g의 금을 도금해 제작한다. 그것도 개원할 때 1개만 무료로 나눠주고 분실하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물론 모든 기초의회가 비싼 금배지를 다는 건 아니다. 좀 더 싼값에 의회 배지를 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에서는 전국 226개 기초의회 2898명의 의원들의 의회 배지를 한꺼번에 제작해 보려고 1만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배지를 제작해 226개 의회에 하나씩 보내준 적이 있다. 아쉽게도 모든 의회가 동의하지 않아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한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백재현 위원장은 지난 5월 19일 소위‘금배지’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배지를 폐지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백 위원장은 “의원 배지가 책임과 봉사의 상징이 아닌 각종 특권과 예우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의원 배지를 처음 만들 때에 일본의 의원 배지를 모방한 만큼,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측면에서도 국회 규칙 개정을 통해 금배지를 없애는 게 마땅하다는 게 의원들 사이의 공감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이전에도 김홍신 의원처럼 양식있는 의원들은 배지를 달지 않았다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면서도 다른 특권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 혈세가 의원들의 권위를 내세우는데 쓸데없이 많은 돈이 쓰여져서는 안 된다. 이렇기 때문에 기초의회
무용론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는데 이제라도 지방의원들이 순금 배지를자진 반납하여 형식보다는 속이 알찬 주민들에게 필요한 지방의원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