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무너지고 질서가 없어진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원칙을 세워보자는 취지에서 새마을운동중앙회(회장 소진광)가 나섰다. 명망 있는 학계 전문가는 물론 각종 사회단체들이 함께 자리한 이번 토론회에는 소통의 힘으로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민관소통위원회(이사장 이영애)가 함께했다.
취재|양태석 기자 사진|황진아 기자
지난 7월 1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새마을운동중앙회 주최로 ‘우리 사회 원칙’에 관한 국민 대토론회가 있었다. 이번 국민 대토론회에는 민관소통위원회와 거버넌스센터, 흥사단,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동북아평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새마을지도자,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조 발제를 한 소진광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논의하기 전에 원칙부터 수립해야 한다. 원칙이 합의되지 않으면 다양성은 갈등의 원천이 되고 각자의 이익을 주장하는 입장만 고착될 것” 이라며 “사회의 갈등과 이해다툼의 상당 부분은 합의된 원칙의 부재로 나타난다. 원칙은 ‘판단의 준거’이지 현상이 아니고 ‘사유의 틀’로서 가치중립적이므로 원칙은 입장이나 주장에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소 회장은 “소통은 원칙에 합의하는 과정으로부터 출발해야지 주장이나 입장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사회적 갈등 수준 5위, 공동체지수는 OECD가 조사한 38개국가운데 꼴찌 수준인 37위이며 패륜범죄가 급증하는 등 우리 사회의 공동체가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 회장은 “이제 국민 모두 이념과 계층, 지역 간 갈등을 넘어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며 “오늘 토론회가 우리 사회의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워 공동체를 복원하고 사회 전반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안제 서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토론을 벌였다.
김전승 흥사단 사무총장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은 시민의 행복과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없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이러한 절박한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시민들을 실질적인 정치의 주체로 세울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시민만이 제도적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며, 견제세력입니다. 이제 시민정치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정치개혁을 실현시키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세운 원칙이 힘을 가지고 강제할 수 있으려면, 시민사회 내의 광범한 연대와 대타협을 위한 노력과 실천 그리고 실질적인 성과물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여야 정치권, 노사 간, 진보·보수 시민사회단체 간의 사회통합과 대타협 노력이 축적된다면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재영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재외동포를 단순한 ‘자산’으로서의 가치만 가지고 대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우리가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들의 역사 속에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희생했던 항일과 민족운동의 전통과 생존을 위한 끈질긴 민족의 혼이 살아있고, 민족통합의 과정에서 재외동포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또한 세계 시민으로서의 시민의식이 매우 중요한 시대인데, 주변국에 대해 잘 모르거나 심지어는 매우 적대적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일반 국민들이 우리 동포들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습니다. 독일과 이스라엘, 중국 등 세계 여러 국가들은 이산의 아픔을 치유하고 자국으로 돌아왔을 때 우대하는 정책을 씁니다.우리 민족도 세계 속에서 살아갈 비전이다각도로 필요합니다. 자기 동포를 외면하거나 차별하면서 세계 시민으로써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동포를아끼는 민족이 되어야 세계 속의 한민족이 됩니다.
류태영 농촌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새마을운동 초창기 초대 새마을운동을 담당했었는데요. 박정희 대통령이 저를 청와대로 불러 한국 농촌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느냐 물어보셨는데, 농촌이 잘살기 위해 농촌운동을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딱 잘라 이야기했습니다. 국민통합이 제일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이 사회에 많았습니다. 국민 통합을 하지 않으면 농촌을 잘살게 하는 운동은 결코 성공을 못합니다. 새마을운동은 농촌에서 시작한 것 같지만 도시, 공장, 직장, 학교, 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운동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다들 가난에 쪼들려 잘살아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를 위해 정신개조, 소득증대, 환경개선운동을 펼쳤습니다. 근면·자조·협동 정신으로 정당과 지역 계층을 초월해 하나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과거 새마을운동이 성공했던 것처럼 온 국민이 하나되는 철학과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통일과 안보, 경제 발전과 취업 문제를 핵심으로 뽑아 가슴과 가슴으로 마음을 하나로 전달될 때 모든 국민들이 번쩍 일어나 함께 했던 새마을운동의 초창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명희 공주대학교 교수(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상임대표)
우리 사회는 이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공동체의 훼손과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시민들 각자의 다양한 의견이나 사회단체 및 집단의 다양한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를 풍성하게 하고 포용성 있게 하는 요인이 되고는 있지만 너무나 빈번하게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또 근래에 와서는 개인적 갈등과 비극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갈등과 비극이 서로가 생각하는 원칙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라고 봅니다. 범사련 공동상임대표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세워야 할 원칙으로서 ‘범사련’의 경험에 바탕하여 국가·사회적 차원에서도 제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존중하자! 둘째 우리사회의 기본원칙은 법률이며, 이것을 준수하자! 셋째,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나아가서는 지구라는 큰 공동체를 위해 ‘격차해소’를 지향하여 노력하자! 넷째, 사회적 문제 해결에 있어서 공정함을 근거로 하자!
이영애 민관소통위원회 이사장
급속한 경제성장 뒤에 따르는 사회의 파편화는 국민의 공동체 의식을 무너뜨렸습니다. 버스만 타도 압니다. 좌석에 앉은 이가 무거운 배낭 짊어 멘 청년의 짐을 대신 맡아주고,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공공질서를 해치려 하면 호되게 꾸짖던 시절이 언제였습니까? 이제는 지하철에서 자녀들이 의자를 밟고 뛰어놀아도 부모들이 제지하지 않고, 어른들은 기차나 버스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고 이어폰 없이 스피커를 키워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합니다. 이들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은 ‘공동체 사회’가 아닙니다.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어떻게 노력해야할까요? 바로 잊혔던 우리의 옛 공동체 문화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의식을 고양해 사회의 대원칙으로 다시 살려야 합니다. 그러므로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역할도 큽니다. 대한민국이 공동체의식으로 모두가 하나 돼 무언가를 이뤘던 가장 뜨거운 기억이 바로 새마을운동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하면 새마을 아니겠습니까? 국민을 위한 공직사회의 공동체의식 함양에도 새로운, 뉴 새마을·새마음운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세계의 공동체 붕괴를 막고 다시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라로대한민국이 역할을 하도록 새마을운동중앙회가 나서 주었으면 합니다. 이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 연설에서 “우리 국민들 삶이 너무 무겁다”며 “고통스럽지만 개혁을 피하지 말자”고했습니다. 그 마음을 이어 새마을운동중앙회가 대한민국 전체를 뉴새마을·새마음운동으로 하나 되게 해보라 제언합니다. 민관소통위원회도 적극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
앞으로 우리 사회의 성숙, 발전의 지향이랄까, 현재의 시점에서 생각하는 궁극적인 발전 방향을 염두에 둔 원칙으로서, 차이를 다만 차이로 인정하면서 모두가 저마다의 원융한 향상과 자유로운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둘째 위의 지향적 원칙을 염두에 두고, 실제 공동체 운영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적용할 원칙으로서 자율과 책임, 참여와 합의, 실천과 협력, 조정과 통합의 네 가지를 제안합니다. 사회혁신과 세력 혁신은 통합된 과제입니다. 우리 사회 발전단계의 성숙한 도약을 위한 사회 세력 혁신이라는 의제를 제안합니다.
하혜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한국지방자치학회장)
우리 사회는 공동체 가치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례가 다반사이고 미래의 주역인 대학생조차도우리 사회의 원칙과 기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으며 국책사업을 둘러싼 지자체 간 극단적 갈등이심합니다. 국익이나 절차보다는 이익과 입장만을 강조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처럼 원칙이 제대로 서지 못한 우리 사회의 단면들입니다. 이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1)원칙의 준수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2)원칙 준수에 따른 효과의 파급성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 지도층이 원칙 준수를 솔선수범하는 것이 중요하다. 3)원칙 준수에 대한 암묵적 합의 형성이 필요하다. 4)원칙 준수에 대한 지속적인 계도와교육이 필요하다. 5)객관적 원칙에 대한 합의 형성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주관적으로 특정 원칙을 강조하는 프레임에서 탈피해 상호 수용 가능한 원칙에 합의하는 절차와 능력 신장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사회를 본 김안제 교수는 이날의 발표와 토론에서 제기된 많은 주장과 논리들을 종합해 중요하고도 공통적인 요소들을 모아 하나의 결의문을 만들어 발표했다.
1. 모름지기 ‘원칙’은 행동이나 이론에 있어 일관되게 지켜야 할 규범이나 규칙인만큼 어디서나 적용되는 보편성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불변성, 그리고 누구나 수용하는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
2. 우리는 현재 공동체가 붕괴되고 상호 간 갈등이 심화된 심각한 사회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들 한국병을 올바로 진단해 적절한 처방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모두가 인정하는 공통 준거로서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3.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혼돈과 불화의 고질적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판단의 기준이자 사유의 틀로서 가치중립적인 합의된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적극 준수하는 기풍을 조성토록 한다.
4. 각계각층의 상반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대타협의 원칙과 원리를 보편화함으로써 공동의 선과 미덕을 생명으로 하는 참다운 정의사회를 구현해 나간다.
5. 누구나 공감하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이를 개인적 삶과 사회적 기능의 절대적 원리로 작용케 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역량을 배양하고 남북통일과 국민통합의 저력을 축적하며 선진한국의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나가도록 한다.
6. 우리 모두는 원칙이 바로 선 정의로운 사회가 확립될 때까지 새마을운동의 이념과 정신을 살려 우리에게 부과된 시대적 사명과 민족적 책무를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해 진력한다.
7. 사바세계 삼라만상의 윤회가 갖는 천부적 섭리와 자연적 법칙처럼 우리 사회의 조화와 질서도 정의와 원칙을 기조로 한 교향음을 이루며 만겁을 두고 길이길이 영원한 이상적 국가가 될 때까지 전 국민의 슬기를 모아 힘차게 정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