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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일, 지자체의 특성화된 서체로부터 시작하시지요!(강병호 서체 디자이너)

 

Q) 대표님 먼저 짧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핵심적 비즈니스로는 캘리그래피, 도시 브랜드 디자인 개발(CI/BI, 캐릭터, 서체, 그래픽 패턴, 굿즈), 주민 참여형 마을 브랜드 교육 및 개발 분야로 일을 하고 있는 강병호입니다.

 

Q) 서체가 갖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 공무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도 서체를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 유명한데요. 어떤 서체를 선택하느냐가 왜 중요한 것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A) 스타벅스 하면 생각나는 색상이 있고, 현대카드하면 생각나는 서체가 있습니다. 지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이제 ‘전남 신안군’ 하면 생각나는 색상이 있습니다. 이젠 서체로 기억나는 도시가 우리나라에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서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도시가 가진 이미지를 느낄 수 있게 할 것입니다.

 

Q) 지자체 공무원들은 자기가 하는 루틴한 업무가 아니고서는 그냥 대충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업무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서체를 선택해 홍보를 하거나 업무에 임하면 충분히 시너지가 날 것 같은데요. 지자체에서 특별한 서체를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지요.

A) “우리가 공문서 작성을 하며 매번 한글(hwp)을 켜는데, 전라남도에서 개발한 서체 ‘푸른 전남체’가 탑재되어 있어서 매번 예뻐서 사용하다가, 문득 우리 문경의 문경새재 서체를 만들면 지속가능한 홍보효과가 있겠다”라며 경북 문경시 총무과에 근무하시는 주무관이 얼마 전에 말씀을 하셨습니다. 문경시 공무원으로의 자부심, 그리고 문경시의 공공 디자인에 시각적 통일성을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문경하면 떠오르는 관광 지역 뿐 아니라 오미자 같은 특산품도 서체로 만들면 일회성 홍보가 아니라, 1~20년 꾸준히 홍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휴먼명조나 주민등록증에 사용된 윤명조 같은 서체들은 대부분 30년 이상 됐습니다.

 

Q) 마포구를 비롯한 문경시, 금천구 등에서 대표님을 통해 서체를 개발하였는데, 어떤 시너지가 났었나요? 지자체에서 관련 서체를 활용하여 행정의 어느 부분에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마포구는 서체가 9가지나 있습니다. 홍대 문화나, 양화진, 난지도 등 다양한 문화요소를 서체에 담아 개발했고, 일자리 정책으로 교육과 병행해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모두 서체 전문회사로 입사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었습니다. 한글과컴퓨터 한컴오피스와 마이크로소프트 MS오피스에 탑재도 되었습니다. 서체를 개발하면, 관할 안내판, 공문서, 현수막, 간판, 심지어 마포구의 경우 일회용 쓰레기봉투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포구의 브랜드 정체성을 일관되게 전달시키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포구에서 서체를 담당한 주무관이 9가지의 서체를 모두 외우고, “이건 당인리발전소 서체죠?” 라고 하시며, 딱딱 맞추시기 까지 합니다. 마포구를 사랑하는 애정이시죠. 그리고 그 서체를 만든 청년들 이름도 한 명 한 명 기억하시며 안부를 해마다 물어보세요. 그게 ‘마포구 클래스’입니다.

 

Q) 대표님께서 제작하시는 서체가 남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지자체 서체를 제작하시기전에 사전조사도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요. 지자체에서 서체 제작 요구가 들어왔을때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서체를 제작하시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해외에서 각광 받는 도시 브랜드 사례들이 있잖아요.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사례인 포르투갈 포르투 Porto.(비주얼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화이트스튜디오에서 개발했습니다.)와 같은 사례 말입니다. 그런 사례들은 그냥 논문에 들어가고, 홍보가 지속적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깨어있는 공무원, 열려있는 도시였기에 제대로 된 전문가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해외에서 포르투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구경하고, 배우고,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사진을 찍기 위해 매해 전 세계의 그래픽 디자이너, 디자인 관련 교수, 도시 관계자들이 방문하게 됐습니다. 인천광역시는 도시브랜드 강연자로 화이트스튜디오를 직접 모시기도 했었습니다.

 

마포구 서체는 서체디자인개발실 직원 12명이 총 333일 근무하며 개발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시간이었는데, 어떤 지자체는 4개월, 6개월 짧은 기간에 만들어냅니다. 이미 전국에 60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서체를 만들었습니다. 그 중에 기억나는 서체는 몇 개 없죠. ‘서울남산/서울한강체’ 정도 아닐까요? 꾸준히 관리하고, 보완하는 서울특별시의 경우 순수 서체 개발비만 6억 원 이상 소요했습니다. 얼마나 치열하게 내외부에 설득 과정이 있었을까요? 우리나라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예산 사용하는 건 담당자의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야 설득하기 힘든 일입니다. 부서 설득, 의회 설득, 단체장 설득, 예산안 설득, 시민 단체 설득 까지. 하지만 그런 노력 없인 일반인에게 ‘인식’되거나 ‘기억 속에’ 자리 잡히기 어렵습니다.

 

창원 농업기술센터 담당 주무관은 스스로 밤샘작업하며 ‘창원 단감’ 서체가 왜 필요한지 영상을 만들어 내/외부를 설득했고, 그렇게 개발된 ‘창원 단감아삭체’는 예술의 전당이나 서브웨이 광고 자막, 장미축제 포스터 등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감’을 어르신 뿐 아니라 젊은 감성에 맞게 디지털로 폰트로 만들어 배포하자는 전략에서 시작했었습니다.

 

충남 부여군도 2년, 3년 긴 시간 동안 서체를 꾸준히 사용해보고, 사용성을 개선해가며 보완하고 있습니다. 부여군은 좋은 서체여야 부여군민 뿐 아니라 널리 잘 활용될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부여군의 인물인 ‘석림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라는 시 제목처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개발했으니 우리도 만든다는 형식적인 용역 사업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해 서체 개발에 긴 호흡을 갖고 연구 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아카데미, 시집 발간, 영상 제작, 주민 참여 행사, 굿즈(판촉물/기념품) 개발에 서체를 접목하고 있습니다.

 

Q) 전국 243개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서체개발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각 지자체별 개성과 콘텐츠를 닮은 발전이 이뤄졌으면 좋겠는데요. 대표님께서 앞으로 추구해나가실 방향과 지자체에 어떤 기여들을 하고 싶으신지 포부 말씀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A) 2003년부터 지난 20년 간 지방자치단체 243개 중 60개 광역/기초 지자체에서는 서체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순환보직으로 인해 담당자가 바뀌고,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아 이미 개발된 서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습니다. 도시브랜드는 꾸준히 관리되어야 합니다. 서울시와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인구 5만 명 이하의 소도시 전남 완도군은 서체를 전담하는 주무관이 있습니다. 도시의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도시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있느냐는 차이 아닐까요? 곁에서 그러한 공무원과 함께 꾸준히 도시의 시각적 이미지를 개선해가고,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가는 일에 기여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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