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수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
영국정부 혁신의 변화
영국은 대처 정부 때부터 강한 행정혁신이 이루어지며 블레어, 카메룬 정부로 이어져 왔다. 영국은 서로 이념이 다른 정당이 정권을 차지해도 전 정부의 개혁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른 부분들만 바꿔나가며 혁신을 이루어왔다.
대처 정부의 개혁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인프라를 구축한 후 아이디어를 적용하면 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개혁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모든 정부의 기능을 중앙과 지방에 관계없이 정책업무와 집행업무로 나누고 정책은 중앙에서, 집행은 책임운영기관이 담당하도록 했다.
대처정부 이후 집권한 블레어 정부는 공무원 정원의 감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민영화와 민간 기업으로의 아웃소싱 등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무조건 정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는 디지털로 전환하고 사양 산업을 줄이는 등 노동력이 여유 있는 쪽에서 부족한 쪽으로 이동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었으며 조직구조의 슬림화, 불필요한 일 줄이기, 최소비용으로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민간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났다.
공무원 개혁의 성과와 과제
영국정부의 행정 개혁으로 여성 고위 공무원 수가 지난 15년 전에 비해 약 2배로 증가했고 능력도 신장됐다. 각 부처 자문위원회에 다양한 경력의 외부 민간 전문가들을 비상임 위원으로 임명하며 공무원들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했다. 공무원들의 융통성과 기민성(특히 테러사건, 은행 위기대란, 자연재해, 전염병 발생 시) 및 공무원 조직의 대처 능력을 강조하는 한편 공정성, 객관성, 청렴성, 정직성을 바탕으로 한 공직가치를 강조하며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유도했다.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낭비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투자할 것인가는 정부의 주요 이슈로서 생각돼 왔다. 그러나 영국정부의 지속적인 재정난 타개책에도 불구하고 GDP의 6.4%까지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보건, 교육, 복지 분야에 대한 공공서비스 개혁에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해 정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개별서비스 담당기관 및 사용자와 단체에 위임하고 국민들이 더 빨리 편리하게 정부 업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업무를 디지털 서비스 원칙으로 실행하도록 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공직자들이 많은 반면 아직도 공직문화의 변화에 대해 저항적이거나 매우 느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공무원의 역할 변화
행정업무 집행
정부 업무 중 약 70%가 국경관련업무, 연금 및 수당지급업무, 교도소 및 법원운영 관련업무로 이런 유형의 업무들은 IT를 활용한 업무시스템으로 대체했으며 민관합착, 협동조합 등을 통해 민간에게 위임·위탁하고 있다.
장관 보좌업무: 정책 및 의회 활동
정책결정 업무는 ‘개방 정책 결정’으로 더 이상 공무원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으며 정책 개발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있다. 보다 정교한 정책 개발을 위해 다양한 계층의 조언을 구하고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기 전에 ‘정책 실험실’을 운영하며 정책의 실효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있다. 또 내·외부 기관이 경쟁을 통해 창의적이고 질 높은 정책개발을 할 수 있도록 경합정책결정시스템을 운영한다. 정책은 전 정부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고 이에 따른 자원(예산, 인원 등)을 매칭한다.
정책과제 및 프로그램 수행
성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일관된 업무관리정보 시스템(Management Information: MI)을 시의적절하게 운영함으로써 공무원들의 책임성을 향상시키고 업무추진 내용을 전 부처가 공유해 공무원들의 승진과 보상에 활용할 수 있다. 부처위원회가 업무추진연간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해 책임감을 인식시키고, 고위험, 고가치 정책과제를 관리하는 ‘주요정책 관리단(Major Projects Authority: MPA)’을 발족해 정책 실패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MPA는 각 부처의장·차관 및 비상임 정부위원을 정기적으로 만나 위기관리 등을 논의하고 정책을 조기검증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매년 연차보고서를 발간한다.
공무원 수의 적정 규모에 대해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정점에 달했던 영국 정부의 공무원 수는 점진적인 개혁과 함께 2015년 현재 가장 적은 공무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공무원 역량 향상을 위한 5년 계획을 추진해 모든 공무원들에게 필요한 스킬과 역량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완토록 했다. 특히 정부의 많은 업무들이 민간과 연계되어 추진됨에 따른 필요 역량, 즉 타 기관 위임위탁 관리업무 역량 등 상업적 지식 및 스킬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반행정가(Generalist)는 사라지고 모든 공무원들을 특정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스킬이 겸비된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해서 공무원교육 통합기관(Civil Service Learning: CSL)을 설립했다.
직원교환(Interchange), 기관파견(Secondments), 대여근무(Loan) 등 활발한 민·관 교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각 부처의 사무차관은 최소 2년 이상 민간(상업)분야 또는 집행업무 담당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요구되며 특히 민간과 관련된 업무 경험(민간위탁업무 등)은 고위공직자들에게 요구되는 필수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 위 원고는 윤병수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가 한국지방자치학회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