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세계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으로 휘청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중국은 물론 선진국들이 전반적인 침체 국면에 돌입했다. 지난 4월 28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G21 국가의 실질 GDP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탈리아는 마이너스 8.2 % 하락, 유럽 국가 대부분 5% 이내이고 일본 역시 마이너스 6.5% 성장이 예상됐다. 우리나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올 수밖에없다. 우리 경제는 GDP(국내총생산)와 GNI(국민총소득) 모두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근로 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제한돼 초과 근무가 필요하더라도 연장해서 근로하는 것은 불법이다. 독일의 맥주회사를 예로들면 노동자가 초과 근로한 만큼 자신의 근로시간 계좌에 저축해 이것이 필요할 때 쓰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도가 있어 여름에 초과 근무하고 겨울에 초과한 만큼 더 쉴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직적인 근로시간제로 인해 기업은 노동 비용이 급격히 늘었고, 노동자들은 이전에 수당 등으로 보전하던 임금이 줄었다.
실업은 과거에는 특정한 직종에 국한된 일이지만 최근에는 호텔, 항공, 대기업까지 직종에 국한되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3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9만 5,000명이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4만 명이 줄어든 이후 최대치이다. 92만 2,000명의 실업자를 발생했던 외환위기 이후 두 번째 대량 실업 사태가 예고된다. 앞으로 경기 침체는 길고 그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해고 대신 조업 단축과 임금 조정으로 일자리 지킨다
그 회복의 방법으로 두 가지 정도를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있는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이고,또 하나는 새로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과거 선진국이 실업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기 다른 방법을 선택했는데 두 가지의 큰 예가 있다.
독일 폭스바겐과 GM의 위기 극복 방식은 정반대였다. GM은 파산 신청을 했다. 파산 원인으로 지목된 노동자의 고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택하고 생산 공장 14개를 폐쇄하고 2만여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구조조정은 성공했고, 회사는 39일 만에 파산에서 벗어났지만,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폭스바겐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2001년 통일 후유증으로 독일은 경제난을 겪었고, 폭스바겐도 이익률이 급감했다. 당시 노무이사 페터 하르츠는 위기 극복을 위해 노조에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근로자의 임금을 20%를 삭감한 생산 공장을 세우자는 것이다. 노조는 일자리를 지킨다는 취지에 공감, 적어진 임금만큼 판매 성과를 노동자와 나누기로 하고 임금 삭감에 합의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우트 5000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가격과 품질 면에서 호평을 받으며 2005년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됐다. 노동자 5,000명의 일자리를 지키면서도 기업의 위기를 극복해낸 것이다.
미국은 경기 악화 시 사용자가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다. 대신 즉시 해고된 노동자를 먼저 채용하고 일자리를 잃은 지원이나 직업 수당, 실업 급여 정책으로 경기 부양을 한다.
유럽은 다르다. 독일은 사람을 구조 조정하는 대신에 임금을 낮춰 고용은 유지하고 낮춘 임금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다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제학 용어로 이런 것을 내적 조정과 외적 조정의 차이로 설명한다. 해고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외적 조정이라면 해고 대신 조업을 단축하거나 임금을 조정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내적 조정이다.
2008년도 금융위기 당시 독일은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기업이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그렇게 해서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는 정부에서 내놓은 부양책으로 지원했다. 미국처럼 해고로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려는 것은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수요를 감소시켜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문제가 있다.
혁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단
또 하나의 방법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인데, 그 수단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언택트 사회로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은행을 생각해보면 창구 대신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책 한 권도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여러 분야에서 가속화되는 언택트로의 변화와 새로운 산업의 진입을 막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화상회의 서비스 시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격에서 하는 것이 대면하는 것보다 장점이 많아 화상회의 시스템은 계속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 정부에서도 화상회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각국의 정상들이 화상으로 회의하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가 열리고 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민간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손봐야 할 때이다. 혁신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길을 뚫어야 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유로운 경쟁과 가격의 결정, 기업의 이윤 추구, 창의적 동기에 기반한 혁신과 파급적인 변혁으로 이뤄진 과거 영국 산업혁명의 성과는 4차산업혁명의 기술 변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시작이 있어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