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과반 의석 정당이 탄생하지 않는 의원내각제 국가인 탓에 연정이 일상화돼 있다. 독일 연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장돼있는지 살펴봤다.
경기도 연정(聯政)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의회와 도 당국의 ‘의지’로만 연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입장차가 큰 누리과정 문제나 복지예산 편성 문제 등에 갈등이 생기리란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연정은 선거나 정책, 정치 협력 등의 ‘연합정치’와 공동 정부 구성을 의미하는 ‘연합정부’ 개념을 포괄한다. 현재 경기도는 의회와 지속적인 정책연대를 추진하는 한편 야당 몫의 사회통합 부지사를 두어 두 가지를 모두 담아냈 다. 그러나 누리과정이나 준예산사태 같은 갈등 상황에서 진정한 연정이 아닌 갈등의 연정이 돼버렸다. ‘대표적 연정국가’인 독일은 어떨까?
나치 독재의 피해 경험, 과반 정당 출현을 국민들이 싫어하게 만들어
독일은 의원내각제 전통 위에서 연정의 토대가 조성됐으며 지방정부도 대동소이하다. 독일 국민들은 나치 독재의 폐해를 경험한 까닭에 한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연방이나 주정부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단독정부를 구성한 사례가 거의 없다.
또한 독일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소수 정당에 몰린 사표를 최대한 방지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한정당이 정당투표에서 10%의 지지율을 획득했는데 1%에 해당하는 1석만 지역구에서 당선됐을 경우, 추가로 9석의 비례대표를 배정해 득표율을 맞춰준다. 반대로 6%만 득표했는데 지역구에서는 10석을 확보했을 경우, 나머지 4석을 ‘초과의석’으로 규정, 모두 인정해준다. 이는 5% 이상의 득표율을 달성한 정당만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이 제도는 독일 의회의 과반 정당 출현을 막고 일정한 원내 정당 수가 유지되는 다당제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때문에 독일은 선거철이 되면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어느 당과 연정을 꾸릴지 사전·사후 물밑 접촉이 끊임없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각 정당은 공동정부 구성 시서로의 내각 지분율과 권한 배분에서부터 정책연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을 조율한다.
건설적 불신임제도 도입으로 의원내각제의 정치적 불안정성 최소화
한편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의원내각제는 의회가 내각을 불신임할 때 정부의 해산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권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 이는 양당제 국가로 독일보다 정권 유지가 쉬운 일본에서도 몇 달 만에 내각이 해산되는 사태를 빈번히 초래했다. 하물며 다당제 연정국가인 독일은 의원내각제를 그대로 시행했을 경우 그 부작용이 불 보듯 뻔했을 것이다.
독일은 소위 ‘건설적 불신임 제도’를 채택했다. 즉 의회는 차기 정부를 꾸릴 총리와 내각을 구성한 다음에야 현재의 내각을 해산할 수 있다고 독일연방 기본법(헌법)에 명시해놓은 것. 이를 토대로 독일은 1982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수상이 모두 임기를 채우고 연임도 보장받으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었다.

2013년 메르켈의 기민·기사 연합 정략적으로 제 2당인 사민당과 대연정 구성
2013년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 연합은 총 630석 중 과반에 4석 모자란 311석을 확보, 원내 제2당 으로 193석을 확보한 사민당과 대연정을 구성했다. 원래 기민·기사 연합은 63석의 녹색당과 소연정을 시도했다. 소연정은 제1당과 정책이 유사한 군소정당이 연합하는 것으로, 제1당이 정국 주도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양당은 핵심 이슈인 증세 문제를 합의 하지 못했다.
때문에 차선책으로 기민·기사 연합은 나머지 공약을 관철시켜주면 증세 문제를 포기하겠다는 사민당과 ‘소연정 보다는 불안한 ‘대연정’을 구성한 것이다. 대연정은 정권이 보다 많은 의석 수를 확보할 수는 있지만 제1당의 정국 주도력은 약화된다. 또한 보통 대연정 파트너는 대개 지향하는 이념이 다르기에 정책 협의가 소연정에 비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연정이 선택된다는 것은 대부분 정치·경제 적인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정략적인 판단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나 남경필 도지사의 경기도 연정 구성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법 개정 통해 연정의 제도적 보장 필요”
경기도의 연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로, 지방자치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서도 그 의미가 상당히 컸다. 그러나 독일에 비추어 법적으로 연정을 결속시킬 수 있는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때문에 독일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을 개정해 연정의 제도화를 모색해보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개발연구원 최용한 연구위원은 「경기도 연정의 이론과 실재」에서 “연정 성공을 위해서는 지방자 치법 개정과 분권형 헌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