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행정

대형 압사 참사 피할 수 없는가? 치밀한 군중 관리 대책 4C 점검!

대규모 압사 사고는 로마 시대부터 있었다. 1990년대 이후에도 선진국, 후진국 가리지 않고 끊이지 않는다. 압사 참사를 피할 방법은 없는가?

 

수용인원이 5만 명에서 최대 7만 3,000명에 달하는 이탈리아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은 압사 사고 방지를 위해 60개의 출입구를 만들었다. 입구와 출구가 나란히 있는데 유사 시 5분 만에 모든 군중이 빠져나갈 수 있게 설계했다.

 

지난해 4월 29일 이스라엘 북부 메론 지역에서 열린 한 종교 축제 때 45명이 죽고 150명 이상이 다쳐 이스라엘 역사상 평화 시 일어난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2015년 사우디 메카의 종교 행사에서는 2,300명이 죽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종교, 스포츠, 축제 이 3가지 행사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고 그만큼 희생자 수도 컸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행사는 1997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장 미셸 자르의 빛과 소리 축제로 350만 명이 몰렸다.

 

군중과 의사소통 필수

안전 전문가들은 대형 행사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군중 안전을 위해 자치단체와 주민은 4C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C란 군중 밀도(Crowd Density), 군중 역학(Crowd Dynamics), 군중 행동(Crowd Behavior), 군중 소통(Crowd Communication)을 말한다.

 

군중이 서 있는 정상적인 군중 밀도는 ㎡당 3~4명인데 이태원에서는 그 수가 7명을 넘었다. 5만 명이 모인 휴스턴 애스트로월드 페스티벌(Houston Astroworld Festival)에서도 군중 밀도가 ㎡당 7명을 넘었다.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사람이 몰리거나 사람들 머리만 보이면 군중 밀도는 위험한 수준이다. 유명 인사나 행렬의 종교적 이미지 같은 것이 군중을 움직이게 유도한다. 또 공포감이 순간적으로 커지면서 사람들이 안전한 장소로 몰린다. 또 군중 속 개인은 군중의 행동에 부화뇌동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이때 안전을 위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한 군중 관리 및 안전 전문가는 군중 소통이 없었던 것이 이태원 참사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좁은 골목에서 군중을 유도하고 의사소통하는 경찰이 현장에 없었다.

 

경찰과 민간 구급 인력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채널도 미리 확보하고 민간 의료기관, 소방서, 지방경찰, 민간 안전 업체 간 정보 공유가 잘돼야 한다. 안전 전문가들은 행사 주관자, 행사장소 소유자는 4C 사용과 행사 위험평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미국에서 군중 안전에 대한 연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미화재예방협회가 제정한 101 생명 안전 규약(101 Life Safety Code)이 여러 지방정부와 단체에서 널리 사용하는 기준이다. 이 규약은 3년마다 갱신하는데 연방 소방서, 지방정부 등 400개 이상의 공공기관과 정부가 이를 안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시는 11명이 사망한 영국 록 그룹 더 후(The Who) 콘서트 후 대형 콘서트 행사장의 출입구를 행사 전 30~90분 전에 개방해 군중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2021년 101 생명 안전 규약은 군중 안전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행사 참가자 250명당 최소 한 명의 군중 관리자를 둔다.

- 1만 ft2(929㎡) 이상 장소에서 군중 밀도는 7ft2(0.65㎡)당 1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

- 출구로 향하는 통로를 안전하게 확보돼야 한다.
출구가 일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경우 행사 중 주변에 골고루 출구를 확보해 군중 전체가 빠져나갈 수 있게 한다.

- 6,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행사에서는 생명 안전 평가를
해야 한다. 사상자 발생 등 위급 상황, 자연재해 등 비상 시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미화재예방협회는 대규모 행사에서의 군중 관리 기준을 만들었는데 참가자 250명당 1명 이상의 군중 관리자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군중 관리자는 자신이 담당한 구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하다가 문제의 조짐이 발생하면 사전에 방지 조치를 한다. 군중 관리는 군중 통제와 큰 차이가 있다. 군중 통제는 사람들을 특정 장소에 붙들어두려는 것이나 군중 관리는 군중의 심리까지 고려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해 대비한다.

 

 

인파나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관이 이번 이태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19년 이태원 핼러윈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한 여성은 당시 수십 명의 경찰이 인파를 통제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행사 주관자가 따로 없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든 까닭에 군중 통제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과거 수년 동안 핼러윈 축제에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알았을 지역 관할 경찰과 자치단체가 당연히 안전 계획을 세워놓고 대비했어야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주최자가 따로 없는 행사를 위한 매뉴얼이 존재하며 사법당국이 군중통제 대책을 세워 실행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행사 주관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말고 경찰이나 자치단체가 군중의 생명 보호와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9명이 사망한 2000년 덴마크 로스킬데 음악 축제(Roskilde Festival) 사고 뒤 행사 주최 측은 안전 전문가들과 함께 대규모 행사 진행 매뉴얼을 만들었고 현재 유럽 전역에서 사용된다.

 

그중에는 무대 앞에 서 있는 인원의 제한, 군중 한가운데 앰뷸런스가 통과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 확보, 안전 관리자에게 필요하면 쇼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 부여 등이 포함돼 있다.

 

군중이 갑자기 밀려들 때 그 힘은 강철도 구부릴 정도로 강력하다. 군중의 밀려듦은 두 방향에서 사람을 압박한다. 뒤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미는 힘과 앞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이 미는 힘 2가지다. 앞뒤에서 압력을 받다가 몇 사람이 넘어지면 사람 위에 사람이 덮쳐 압력은 위에서도 받게 된다. 그 한가운데서 폐가 압박받는다.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1989년 힐스버러 참사를 조사한 영국 당국은 질식이 대규모 사망의 주범이라고 밝혔다. 압사 사고 현장에 있다가 생존한 사람들은 머리가 사람들의 팔과 어깨 사이에 끼여 숨이 막혀 헐떡거리면서 죽어가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대규모 행사 컨설팅업체 크라우드 세이프티(Crowd Safety)의 스티브 앨런은 군중 모니터가 항상 중요하며, 특히 코로나19 봉쇄 해제 후 행사 참가자가 많이 늘어난 현재 더욱 그렇다고 했다.

 

행사주최자는 공연장 근처에 있는 사람과 교신하는 헤드셋을 쓴 인파 관리자를 운용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행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급한 상황은 인파 쏠림, 구조물 붕괴, 화재 등의 돌발 사태이다. 이 밖에 군중 관리 자원봉사자, 충분한 식수 준비, 군중 비디오 모니터링, 춤추는 장소와 나머지 인파 사이에 빈 곳 두기 등이 안전 대책에 포함된다.

 

호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정부는 대규모 행사 개최 시 안전과 보안, 군중 관리를 위한 대비책을 상세하게 규정한 군중 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시행하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사고 발생 시 사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위급상황관리계획, 군중 관리, 행사 계획(Site Plan), 구조물 설치, 날씨 대책, 조명, 소음, 쓰레기 처리, 전기, 가스 설비 관리 등 보안요원, 드론, 돈 관리, 레이저쇼, 보험, 법적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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