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호흡으로 강릉의 숨겨진 매력을 발굴하는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강릉을 생각하면 사시사철 푸르른 풍경이 떠오른다. 경포대 누각에서 바라보는 바다, 대관령 숲의 싱그러운 녹음, 그리고 동부시장의 부산한 풍경 사이에서 들려오는 호탕한 웃음소리들. 사실 행위로만 보면 다른 지역에 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거리지만, 강릉에서만큼은 이 모든 게 서로 적당한 거리를 가져도 허하지 않고, 모든 것이 곳곳에서 저마다의 물결을 만들어내며 흘러간다.

 

2022년에 출범한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 또한 그러하다. 일시적으로 그 지역의 부양책이 되는 각종 문화 행사와는 달리, 기획자도, 작가도 모두 강릉에 진심으로 스며들며 각자의 모습을 펼쳐내는 진정한 “축제"이다.

 

제1회부터 GIAF를 개최해 온 박소희 총감독은, 2018년 5월 강릉에 설립된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박필현 이사장과 함께 ‘국제성’, ‘호기심’, ‘순환과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강릉을 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 페스티벌을 기획해 왔다.

 

GIAF는 여러 작가가 강릉에서 오랜 시간 사색과 경험을 통해 자신들이 느낀 강릉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자리로 여겨진다. 특히 GIAF23에 참가한 박선민 작가의 경우, 노암터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담아 강릉에 스며있는 숨결을 청각적으로, 또 시각적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터널의 양쪽 구멍과 내 귓구멍을 일치시킬 수 있다면, / 내 머리는 산이 되는 것이다. (....) 귀 기울이면 / 눈 여겨 본 듯 / 귀가 눈이 될 수 있다.”는 그녀의 말과 같이, 이 터널을 지나는 소시민적 삶을 살아가는 노암동 주민을 다정히 바라본 시간이 은은하게 남아있는 작품이 탄생하였다.

 

 

이렇게 노암터널, 동부시장과 같이 로컬의 모습이 진하게 묻어나는 곳은 물론, 강원도의 유일한 시립미술관인 강릉시립미술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또 과거 양곡창고로 활용되었던 옥천동 웨어하우스 등, 강릉의 독창적인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전시 반경을 확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대관령치유의숲과 같이 강릉 특유 산립의 향기와 경관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전시 장소로 삼아 예술과 함께 지역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서는 지난해, 한국 내 소수자 정체성에 주목해 온 흑표범 작가가 옥계지역 어린이, 청소년 및 이주민 학생들과 대관령 치유의숲을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의 감각으로 느껴보는 퍼포먼스도 개최하여 장소성 뿐만 아니라 전시의 나레티브도, 관객의 경험도 넓힌 바 있다.

 

이 장소들이 연결되는 노선을 적극 이용하여 지역 사회 경제의 증진을 돕는 것도 GIAF의 특징 중 하나이다. 시내버스는 물론, 투어가이드와 함께 하는 투어버스를 운행해 페스티벌의 편이를 높여 전시 뿐만 아니라 강릉에 호기심을 가진 이들도 편히 관람할 수 있게 하였다. 내년에 개최되는 GIAF25는 강릉의 명소, 화부산에서부터 시작되는 도보 관람에 집중하여 문화 해설자와 도슨트가 각 골목과 지역이 예술과 어떻게 융합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전달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소모와 소비만 하는 현세대에 긴 호흡으로 강릉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는 기획이 돋보이는 GIAF. 일시적 활발함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뿌리부터 자라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도시 재생이 아닐까. 이런 부분에서, 박소희 총감독이 본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참조한 일본의 에치고쓰마리,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사례가 상기된다. 인구 감소로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방에서 처음엔 이 낯선 기획에 대한 반발이 심했으나, 수년간의 긴밀한 소통과 이에 화답하는 진심이 담긴 작품, 또 전시를 주최하며 현재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예술제들이다. 이와 같은 도시 재생, 인구 감소 문제를 예술과 지역 사회가 손을 잡고 해결한 사례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박소희 총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런 기획이 가능한 이유 두 가지를 나누었다. 첫 번째는 강릉시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높은 질의 아카이빙. 강릉시의 문화를 있게 한 지리적, 역사적 자료부터 시작해 그만의 매력이 현세대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을 내부적으로, 또 외부 인력들과의 협업을 통해 놀라운 퀄리티의 자료집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이 자료 덕에 외지, 외국 작가들도 강릉의 매력에 대해 푹 빠질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전시에 대한 깊고 넓은 자료집으로 이어져 이후 회차에 좋은 재료로 활용된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강릉시가 전통을 계승하는 방식적 특징을 꼽았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에도 등재된 강릉의 무형문화 유산인 단오제는, 제관의 의식들을 전통적으로 계승하면서도 그 시대의 오래됨이 현세대에서도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고 한다. 현실성을 계속 주입하여 현대를 끌어안고 미래로 진화될 수 있는 과정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단오제에 대한 역사를 다루는 GIAF25 <에시자, 오시자···>는 내년 3월 14일부터 약 한 달간 열릴 예정이다. 정량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진심이 피어나는 환대를 중시하는 아이덴티티를 치밀하게 쌓아가는 GIAF. 앞으로 이 환대가 한국 예술계에 어떤 발판을 쌓을지, 또 이를 통해 강릉의 매력이 새롭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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