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돈이 자연스레 서울 경기 등 수도권으로 흐르는데다 이른바 지방소멸 위기까지 겹치면서 지역금융은 그 역할과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현황을 살피고 지자체가 안고있는 지역 금고 은행의 역할과 금고 지정에 따르는 문제점은 어떤 것인지 등 지역 재투자의 선순환 관점에서 지역금융을 짚어보는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2024 지역금융 포럼’이 지난 8월30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렸다. |
김성렬 전 행안부 차관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전재식 건국대 교수가 ‘지역금융 현황 및 해외사례 분석을 통한 지역금융 수단 고찰’을, 방만기 충남경제진흥원 일자리창출팀 수석연구위원이 ‘지방은행, 상호금융 등 지역밀착형 급융기관의 역할, 필요성, 정책과제’를, 배영수 서울시립대 교수가 ‘금융기관의 지역재투자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패널로는 이해선 금융채권자 조정위 위원장, 김준기 예금보험공사 전 부사장, 윤태섭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김미루 KDI 국채연구팀장이 나섰다.
수도권-비수도권 여수신 격차 심화
◇ 발제 전재식 건국대 교수 ‘지역금융 현황 및 해외사례 분석을 통한 지역금융 수단 고찰’= 주로 지역에서 여수신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기관을 보통 지역금융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역금융 역할 확대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임금격차가 심화되고 지방거주자 중 금융소외계층이 확대되고 있어 금융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 하겠습니다. 은행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여수신 격차는 2019년 이후 심화되고 있습니다. 비은행기관의 수신액 규모도 수도권 비수도권 격차는 커지고 있으며 비수도권의 성장률은 수도권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지역금융에서 상호금융기관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습니다. 수신 여신액은 비수도권이 높고 규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호금융기관의 비수도권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금융기능의 잠재력 약화와 연결됩니다. 결국 지역금융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과 밀접한 상호금융기관의 역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금융의 경제 활성화 효과 측면에서 보면, 비은행금융기관 여신이 1% 증가할 때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가 0.12% 증가하고 새마을금고 여신이 1% 증가할 때 1인당 GRDP가 0.1% 증가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보면 지역금융기관의 여신 확대가 결국 지역경제활성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중은행보다는 지역금융기관의 운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지자체, 기금 활용 본질적 접근 필요
▶패널 토의 이해선= 발제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먼저, 지역에서 진짜 필요한 사업이 뭐냐, 그 사업들을 수행할 수 없다면 정책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접근이 좀 부족합니다. 결국 지역금융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정의하기를 바랍니다.
▶패널 토의 윤태섭= 최근 지역금융에 펀드 기금 등이 많이 있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왜 그런 기금 등이 조성돼야 하는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개념 정립이 잘 안된 것 같습니다. 지자체 현장에서는 교부세나 보조금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상생발전기금도 생긴 지 꽤 됐는데 활용도가 본래 목적과는 동떨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소멸대응 기금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소 혼란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이런 기금 펀드들이 왜 만들어졌고 왜 써야 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방안을 지자체가 더 고민해야 합니다.
▶패널 토의 김미루= 지역 살리기의 핵심이 일자리이고 기업 활성화인데 이를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은 너무 지당합니다. 그러면 그냥 시중은행이 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금융에서의 핵심 문제는 정보 비대칭입니다. 채무를 이행할 확률이 얼마인가를 금융기관보다 돈을 빌려가는 사람이 잘 알고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밀착형 금융이 중요합니다. 디지털화할 수 없는 지역적 특성, 직접 현장을 봐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할 수 없는 정보를 얻는 데 일부 작은 지점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보증재단 출연, 세제 혜택을
▶플로어 질문 전남신용보증재단= 저희 재단에서는 다양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보증을 제공하는데 실제 수요가 많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 경제가 위축돼 경기 선순환이 안되고 있으니 산업구조 측면에서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LG화학에서 저희 재단에 출연금을 내면 경비처리만 되고 세제 혜택 등은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행안부 이경수 과장 답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은 법률 부분과 정책부분에서 고려하는 부분이 별도로 있습니다. 또 좋은 말씀 주셨는데, 저희도 잘 몰랐던 부분인데, LG화학 기부금 등 관련해서는 저희가 기재부와 의논해서 좋은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금고 지정 때 재투자지표 반영을
◇ 발제 방만기 충남경제진흥원 수석연구위원 ‘지방은행, 상호금융 등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역할, 필요성, 정책과제’= 첫째,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정의는 무엇인가. 지역 내 금융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지역의 노하우를 통한 양적 질적 금융서비스를 개선할 것인지 개념 정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서민금융을 소비적 측면이 아닌 생산적 측면으로 파악해 경제난이나 고용 문제개선 수단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특히 금융서비스가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역할은 점차 증대된다 할 수 있습니다. 역외 유출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충남입니다. GRDP(지역내총생산)은 113조원으로 17개 광역지자체 중 4위이지만 23조가 넘어 전체 1위이고 역외유출률이 20%가 넘습니다. 또 하나 서울은 점포당 인구 5천명 미만인데 강원 충청 인천은 2020년 기준 점포당 1만명을 감당하고 있어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의 금융서비스 부족이 심각합니다.
◇ 발제 배영수 서울시립대 교수 ‘지역 재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고 은행의 역할 강화’= 금고란 지자체 장이 현금 유가증권과 세입금 수납 지출 등 금고업무를 취급하게 하기 위해 계약 형식을 빌어 지정한 금융기관을 말함. 금고 수는 2개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약정 기간은 대체로 4년 이내이다. 금고는 평잔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가 75%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광역단체 평잔은 88조 수준이며 기초단체는 29조 남짓입니다.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평잔 기준으로 경기도가 25조2천억, 서울이 14조4천억, 경북이 12조6천억 규모입니다. 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농협이 압도적으로 높고 이어 신한은행으로 농협은 573회 선정돼 비율로는 59%이고 금고 평잔 비중으로는 60.5%입니다. 신한은행은 67번 선정됐으나 서울 인천 등 큰 규모의 금고에 선정돼 평잔 기준으로는 11.9%에 이릅니다. 이어 대구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금고 은행의 지역재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금고 지정 평가항목에 지역 재투자지표를 새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또 재투자 결과를 추후 선정 시 환류시키는 방안도 필요해 보입니다.
지역은행, 자금 조달 다변화 해야
▶패널 토의 김미루 = 실리콘 밸리 뱅크 사태 발생 원인은 제가 보기엔 이렇습니다. 실리콘밸리 뱅크가 자금 조달을 할 때 그 지역 기업들이 자금 조달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자금이 필요하니 한꺼번에 모두가 예금을 인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즉 동질 지역의 동질 충격을 받아 동질적인 인출을 했던 겁니다. 이처럼 우리 지역은행도 같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금 조달을 다변화하자, 채권을 발행하든 다른 시중은행에서 빌려오는 등 조치가 필요합니다.
▶패널 토의 김준기 전 예금보호공사 부사장= 결국에는 지방재투자율이나 지방금융기관들의 역할에 있어 우리가 비중있게 봐야 할 대목은 여신입니다. 지역은행은 지역에서 역사가 있고 연고도 있고 뿌리가 깊죠. 여러 정보 면에서도 시중은행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시중은행 지점장은 여신 자율권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방은행은 다소 연성적으로 자율성이 좀 있고 사실 또 그렇습니다. 접근성이 좋고 정보가 우월해 우리나라 상호금융권이나 지역금융도 이런 쪽으로 치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플로어 질문 농협 공공부문 관계자= 지역금융기관의 역할과 재투자 평가의 개선 등은 매우 환영할 만한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광역단위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를 시군지부까지 평가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금고 업무 역량 평가에는 취급 능력 이외에도 주민 이용 편의성, 재무목표 등이 함께 균형있게 평가되기를 바랍니다. 농협은 희망농업혁신 펀드나 지자체 협약 저리 대출이나 여러 컨설팅 등을 통해 지역 재투자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좌장 김성렬 전 행안부 차관= 주제가 워낙 방대해 발제자나 토론자나 모두 욕심을 내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것 같습니다. 이런 포럼이 처음이니 서로 양해해주시고 행안부 측에서는 보다 세부적으로 이슈를 쪼개 깊이 있게 다루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기를 고대합니다. 제가 처음 지역금융이라는 말을 썼을 때 금융이 국가가 다루는 용어지 감히 지자체에서 다루느냐 하는 얘기가 10년 전에 있었습니다.(웃음). 그러나 지금 이렇게 ‘포럼’까지 하는 단계로 왔습니다. 지역금융은 지역경제의 핏줄입니다. 오늘 논의된 것들이 부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두루 정책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긴 시간 감사합니다.
▶김성렬 전 행안부차관 발언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포럼입니다. 제가 주도해 2016년 9월2일, 부산에서 처음 금융포럼을 가졌습니다. 전문가 22명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분기마다 한 차례 열면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여러 이슈를 논의하고 정책개발에 접목하려 애쓰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행안부가 워낙 일이 많은 관계로 모임이 지속되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작년 새마을금고 혁신위를 가동하면서 여기 계신 몇 분과 뜻을 모아 다시 이렇게 포럼을 구성했습니다. 어쨌든 행안부 일꾼 두 분(조성환 국장, 이경수 과장)이 8년 만에 이 포럼을 추진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다행스럽다 생각합니다. 오늘 논의는 기금 등 공공부문 조달보다는 민간부문 돈을 어떻게 조달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기를 바랍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