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 FWC)는 여성 근로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에 대해 최대 35%의 임금 인상을 권고했다. 이 조치는 약 50만 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특히 유아교육, 사회복지, 보건 및 약사 등 전통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직군이 대상이다. 4월 발표되 이 권고는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닌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비교적 적은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여성 중심 직종에서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2023년 기준, 호주의 성별 임금 격차는 13.3%였으며, 이는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연간 약 13,200 호주 달러(약 1,170만 원) 적은 수입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FWC는 이러한 구조적 격차가 여성 다수가 종사하는 돌봄·복지 직종의 사회적 가치가 임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성중립적 평가 대신 ‘성인지적 가치 평가’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을 내렸다.
여성 중심 산업의 임금 인상 배경
이번 결정은 2022년 알바니지(Albanese) 정부가 도입한 ‘공정노동법(Fair Work Act)’ 개정에 따라 FWC가 성별을 고려한 임금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이 개정은 여성 근로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에서의 임금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FWC는 약 150,000명의 보육교사와 보건 전문가의 임금을 최대 28.4%까지 인상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전체적으로는 약 500,000명의 근로자가 이 결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임금 인상은 2025년 6월 30일부터 시행되며, 최소 12개월 이상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호주 정부는 이를 위해 36억 호주 달러(약 3조 2,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사회적 반응과 향후 전망
호주 노동조합 협의회(ACTU)는 이번 결정을 “여성 근로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받아온 임금 저평가를 바로잡는 역사적인 승리”로 평가하였다. ACTU는 또한 이러한 변화가 알바니지 정부의 강력한 노동법 개정과 여성 근로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한편, 일부 기업 단체는 이번 임금 인상이 운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추가적인 재정 지원과 정책 조정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호주 국민의 67%가 해당 조치에 찬성하고 있으며, 이는 호주 사회 전반에 성평등과 노동의 가치 재평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간호사,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여성 비율이 70~90%에 달하는 직종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열악한 임금 구조, 장시간 노동, 높은 이직률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1위(2023년 기준 약 31.5%)이며, 이는 호주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다음과 같은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 고용평등법 개정: 직종별 ‘성인지 임금기준’ 도입
• 공공부문 우선 시행: 보육·요양 등 공공직군부터 임금 인상 적용
• 임금정보 공개제 강화:기업의 임금 수준 성별 비교 의무화
임금 인상은 단순히 고용주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일정 수준의 임금 보조, 사회서비스 지원비, 국고 보조 등으로 비용의 사회적 분담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돌봄지원기금”, “복지직군 이직방지 인센티브”, “지방정부 보육가산금” 등 구체적 기금을 마련할 수 있다.
호주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급여 인상이 아닌 사회적 가치 재정립에 가깝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여성의 노동이 ‘자연스러운 헌신’이 아닌 ‘공정한 직무’로 인정받는 사회는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