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의 식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그 회사 식
당에 음식을 더 많이 차려야 할까, 아니면 더 적게 차려야 할까?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복지와 연금까지 늘리겠다는 정책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확장 정책’은 과연 시대의 흐름에 맞을까?
대한민국은 이미 축소 사회에 들어섰다. 2020년 인구 자연 감소가 처음으로 시작된 이후, 그해 약 3만 3천 명이 줄었고 작년에는 약 11만 명이 감소했다. 문제는 이 감소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리더들은 여전히 ‘확장 사회’를 살아온 세대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부와 혜택이 끊임없이 확장되던 시기를 몸으로 경험했다.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하며, 모두가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던 시대다. 그렇기에 ‘축소’라는 개념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글은 현재 사회의 여러 논쟁적 이슈를 통해, ‘축소 사회’ 속에서 여전히 확장을 꿈꾸는 세대의 착시와 오류를 조명하고자 한다.
확장 세대란 누구인가? 국회의원 평균 나이 57세!
우리나라 대표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는 “세대란 단순한 연령 구분이 아니라, 청소년기에 형성된 세계관의 집합체”라고 말한다. 즉, 세대를 나눌 때는 청소년기에 경험한 결정적 사회적 사건이 기준이 된다.
현재 제22대 국회의원 평균 나이는 57세(1968년생) 로, 인구 규모 약 950만 명으로 가장 큰 베이비붐 2세대
(1965~1974년생) 에 속한다. 이들의 청소년기는 1978년부터 1990년까지로, 당시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9%에 달했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교육이 팽창했으며, 주택보급률이 높아지고 중산층이 형성되던 시기였다. 이처럼 확장의 시대에 형성된 사고방식은 지금도 정책 전반에 깊게 스며 있다. 더 많이 만들고, 더 크게 짓고, 더 넓게 확장해야 한다는 믿음은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축소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관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도 확장! 지방도 확장!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부동산 대출 규제와 관련된 내용이 보도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주택 공급 확대다. 정부는 지난 9월, 2030년까지 수도권에만 총 135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야당 역시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주택공급은 집값 안정과 청년층의 주거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정책이 정부가 동시에 내세우는 ‘국가 균형발전’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균형발전의 핵심은 ‘분산’인데,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는 오히려 ‘집중’을 강화하는 모순이 일어난다. 1~2인 가구 증가로 수도권 내 수요가 늘 수는 있겠지만, 결국 주택이 늘어날수록 서울살이에 대한 욕구를 더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도쿄 일극집중 완화를 목표로 지방 이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주택공급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됐다. 그 결과, 인구감소 속에서도 도쿄권 인구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주택공급이 수도권으로 몰릴수록 균형발전은 구조적으로 실패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의 균형발전 기조는 지방의 도시와 산업, 대학과 인프라를 키워 ‘성장’을 재분배하려는 확장형 접근에 가깝다. 결국 우리는 수도권도 넓히고, 지방도 키우는 이중 확장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드는 축소 사회에서 이러한 확장의 방향이 과연 타당한지, 그리고 정부의 목표가 균형발전에 있는지, 아니면 수도권 집값 안정화에 있는 지 정책의 기조를 다시 물어야 할 때다.
말뫼의 기적은 이주민의 기적! 수도권 인구가 분산된 사례는?
‘말뫼(Malmö)의 기적’은 스웨덴의 쇠락한 조선·공업도시 말뫼가 30년 만에 녹색 혁신도시로 부활한 사례다. 기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말뫼는 지방 도시 재생에 모범이 되는 사례로 소개되고 있으며 지방시대위원회에서도 이를 지역재생의 모티브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말뫼의 부활은 수도권(스톡홀름) 인구 분산 정책이 아니라, 도시 자체의 생존을 위한 자생적 산업 전환(autonomous regeneration) 에서 시작됐다. 현재 한국만큼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된 사례가 없으므로 해외 사례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는 것은 오류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말뫼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도시 재생이 30~40년 동안 일관된 방향으로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도시계획법(Planning and Building Act)」은 단기 개발보다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도록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환경·교통·주택·교육 등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대신, ‘지속가능 도시본부(Sustainable Malmö Office)’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미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조정한다. 한국 역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인구 변화를 기반으로 한 ‘축소 도시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출산율 하락은 더 이상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 축소 사회는 곧 세계 여러 나라가 마주할 미래다. 그렇기에, 이 변화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 한국의 선택은 다른 나라들에게 길잡이가 될수도 아니면 나쁜 예가 될 수 있다. 물론 정치인으로서, 공직자로서 ‘축소’를 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무한한 확장을 전제한 정책의 시대를 넘어, 줄어드는 사회를 지혜롭게 설계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리더들이 우리의 선택이 곧 세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길 바란다.
[지방정부티비유=최강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