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해결되는 이 시대에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올곧은 가치관을 갖고 우리 전통과 먹거리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을 ‘이 시대의 이순신’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원고는 풀뿌리 지방자치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연구해온 이종수 연세대 교수가 직접 취재했다.
글 이종수 연세대 교수
전통이 사라진 시대,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한국처럼 전통을 중시하다가, 일제와 6·25 그리고 개발연대를 거치며 전통은 버림받고 단절되어왔다. 심지어 IMF 위기를 거치며 ‘하루빨리 우리 것을 버리고, 세계적인 것을 도입하자’는 신조가 재확인됐다. 어떤 재벌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버리라고 했던가?
나전칠기는 한국이 자랑할 만한 전통유산이다.
나전과 칠은 자개와 옻칠을 결합한 것을 의미한다. 고려시대부터 동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자랑했지만 대가 끊어질 위험에 처해있다. 그이유는 작업이 어려워 진짜를 만들기가 힘들고, 진실한 옻칠을 사용하기보다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용 선생은 나전칠기의 맥을 이어가는 장인 중 한 사람이다. 1985년 이후 30년을 이 작업에 매달려왔고, 경기도 광주의 오포에 작업실을 열고 있다. 2011년 전승대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2013년 대한민국 나전칠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장인은 안타까워한다.
“힘들고, 돈도 안 되니까 젊은 사람이 들어오질 않네요. 무리하게 상품화를 하려는 사람들이 화학약품을 쓰니,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소비자에게 어필이 안 되는 거지요.”
그래도 나전칠기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나전칠기는 세균에 저항하는 항균력, 심지어 항암효과도 있고, 건조할 때는 습기를 뱉고, 습하면 발산하는 습윤효과, 공기정화 효과까지 뛰어납니다.”
필자가 보기에 그가 만들어내는 나전칠기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은 우리를 어느새 고려와 조선의 아름다운 분위기로 안내한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멋스러워지는 건 아마도 우리의 핏속에 오래전부터 나전칠기의 기억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