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월간 지방자치》 대표가 지난 4월 17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창의혁신 리더과정에서 ‘싸가지가 스펙이다’를 주제로 강의했다. 제80기 국가정책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여성이 강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재 오진희 기자
이제는 조금 세상이 바뀌어야 합니 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은 여기 오신 좋은 분들이 나서서 함께 잘 엮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 다. 여기 모인 국가정책 리더과정 에는 주호영 청와대 정무특보를 비롯해 공사 대표 및 정치인 고위공직 자, 기업인이 공부하는 과정이여서 중요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나는 싸가지 있는 사람?

처음에 저도 ‘싸가지’라는 말이 좋지 않은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싸가지는 싹수라는 의미로 말의 뜻은 ‘옳다, 바르다’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싸가지가 있으신가요?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떨까요? 그래서 체크리스트를 한 번 간략하게 만들어 봤습니다. 이중에서 ‘아니오’가 절반 이상 나오신 분 손 들어주세요. 오! 정책과정 전부 상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절반이상 나오시면 굉장히 잘 나오신 겁니다. 저희가 이 설문 조사를 참 많이 했는데, 거의 1/3정도 나옵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대학생들은 더욱 안 나옵니다. 저 사람은 싸가지가 있고 없고 서로를 평가하지 않습 니까? 지금 이 안에서도 여러분들끼리 이미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 번 정도는 그런 시간을 저와 함께 가져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한 사람

리더가 되려면 눈빛이 가장 중요합니다.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부를 알 수 있습니다. 옆에 계신 분의 눈빛을 한 번 보시죠. 우리가 살다보면 아이들도, 어른도 어느 위치에서 일하다보면 느낌이 옵니 다. “오, 눈빛이 살아있네”, “오, 저 녀석 사고 좀 쳤겠어” 등 말입니다. 리더의 자리에 있으면 당당해야 합니 다. 당당함은 눈빛에서 옵니다. 눈빛은 그 인생을 마무리할 때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큰 덕목입니다. 주변에 여러분의 눈빛이 리더의 눈빛이라는 것을 주변에 알려 줘야 합니다.
작은 문자 메시지에 담긴 예절
얼마 전 지인들과 만두집에 갔는데 가족이 앉아있더군요. 책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식사가 나오기 전에도 부부와 자식은 핸드폰만 서로들 보고 있다가 식사가 나와도 먹으면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직원들도 가끔 저한테 불편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문자면 소통이 끝난 줄 압니다. 문자를 할 때도 전화를 먼저하고, 안 되면 문자나 SNS를 해야죠. 좋은 문명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긴 하지만 갈수록 예의가 없어져서 다음 세대가 걱정입니다.
생활 속 자연스러운 매너 Thank you
우리나라는 높을수록 사람이 오면 일어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윗사람은 잘 일어나질 않습니다. 여러분도 윗사람을 기쁘게 만나러 갔는데, 윗사람이 일어나서 반갑게 악수를 청해주시면, 기분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분이 더 인격 있게 보이지 않습니까?
저도 실험을 해봤는데요. 아는 후배를 만났을 때 “와 진짜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어”라고 먼저 일어나서 인사를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 선배? 왜 그래요”라며 황송해하는 것입니다. 그 때부터 저한테 훨씬 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따르고 있습니다.
윗사람이 될수록 매너가 좋아져야 합니다. 보기만 해도 괜찮은 사람,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도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어차피 쳐야 할 박수라면 엄청 세게 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두 가지 효과를 냅니다. 건강에 좋다는 기왕 치는 박수라면 힘차게 치자고 말이죠.
모르는 척도 배려다
저는 가족은 힘들고 어려울 때 같이 있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개념 가족이라는 말도 언급했는데요. 사람들이 가만히 보면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왜 헤어지나요? 부부가 헤어지고, 가족이 헤어지고 직장에서 헤어지고 떠나는 이유는 결국 못 참아서 떠나는 것입니다. 어려울 때 떠나지 않는 것이 가족 아닌가요? 물론 가족도 힘들 때 떠납니다.
가족이 아니라도 힘들 때 떠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의리이고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배려는 그분을 좋아할 때, 힘든 일은 말할 때까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정말 아끼고 위로하고 싶으면 술 한 잔 하면서 그사람의 아픔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곁에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멋지게 헤어지는 것이 배려입니 다. 그 사람은 되돌아 눈물 흘리며 ‘아! 내가 괜찮은 친구를 두었구나’ 돌아서서 감동받습니다. 배려는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의사전달
나이가 드니까 감동도 없고 표현도 없는데, 표현을 좀해주세요. 조목조목 집어가며 물어봅니다.
누군가와 만나 부탁을 받고 알았다고 하고 혹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보잘것없는 보통 사람들은 오늘도 기다리고, 내일도 기다리고, 모레도 기다리고 그 다음날도 기다립니다. 해준다고 했는데, 언제 되나 그렇게 세월만 보내고 있을 때 그들에게 찾아오는 허탈감과 그 피해를 여러분은 아시나요? 여러분은 모르실 겁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아도 될 위치고 전화 한통화면 되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저는 위로 올라가시더라도 그 순간 불편하시더라도 알았습니다. 네 도와드려야죠. 네 잘 알겠습니다. 가서 기다리십시오 그렇게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계산하지 않는 행동
많은 사람들은 계산기를 너무 두드립니다. 계산 없이 가슴으로 일하는 나라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계산하지 않고 먼저 실천해보는 사람들이 나라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실천하면 안 될까요? 여기에 계신 분들은 그렇게 일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르셨겠죠. 그래서 저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언젠가 거짓말은 들통 납니다. 들통 나면 나중에는 진짜 초라해집니다. 리더일수록 거짓말로 초라해서는 안 됩니다. 매 순간 거짓말로 사람들은 속여도 자기 자신은 못 속입니다. 본인에게 치사한 사람은 별로 매력이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확실히 말씀드리는 건 롱런하는 방법은 거짓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감정조절을 잘한다
여기 계신 분들은 감정조절을 잘 하시겠지만 성격이 급해서 가끔 손해 보시는 분 있으시죠? 감정조절이 잘안되시는 분들은 10까지 세시며 숨을 참아보시기 바랍 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만든 자기 조절 방법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논어가 이야기한 ‘리더가 해야 할 9가지 생각’을 여러 분에게 꼭 한번 읽어드리고 싶었습니다.
끝으로 오자와 세이지 연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리더이십니다. 오자와 세이지 지휘자처럼 대한민국을 잘 리드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멋진 대한민국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