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규창 행정자치부 자치제도정책관
어려워진 경제상황 때문에 전 세계가 당황하고 있다. 경제적 난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경제주체들의 탐욕이 너무 빠른 속도로 커져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과잉생산되고, 과잉소비되면서 생긴 당연한 결과다. 어느 순간부터 소비총량과 소비 능력이 줄어들면서 개인에서 기업, 국가에 이르기까지 혼동과 불안, 불만, 좌절의 부작용이 악순환 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 경제침체는 우리 사회 곳곳에 깊고 넓은 갈등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 사회가 부담 해야 하는 갈등 비용에 대한 경고음이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내 안에서 분출하는 분열적 요소들이 통합 요소들을 지배하게 됐다. 세대 사이의 책임과 비용 부담 문제가 가장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인류의 고민이 되었다.
이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Back to the basic! 나와 가족과 우리 사회의 존재 목적과 지속 가능을 위해서다. 나와 가정이 존재하고 유지되는 이유는 공감하는 윤리규범 또는 추구하는 공통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 사이에 내적 유대감과 소속감이 있어야 사회와 국가는 지속 가능하게 된다. 나 자신도 가정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는 상호 존중, 상생, 협력, 신뢰, 공존, 포용, 배려, 예의 등과 같은 기본 가치에 동의하고 세세하게 일상생활에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 어려움을 덜 고통스럽게 이겨나갈 수 있다. 통합을 추구하는 개인, 가정, 사회, 국가가 새로운 문화적 흐름으로 나타나야 한다.
다문화, 다원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지속 가능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범위에서 타당하다. 현실은 너무 많은 분열과 갈등을 키우는 각각의 명분들이 넘쳐 나고 있어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덧셈의 사회문화 (Positive sum culture)가 절실히 요구된다. 뺄셈의 사회문화(Negative sum culture) 속에서는 개개인들이 지치고 피곤해져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지속가능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경쟁력도 급속히 약화된다.
우리 역사 속 통합사례는 모두 훌륭했으며 평화적이었다. 먼저 500년 고려와 조선의 역사는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통합이 형성되고 가꾸어진 지속 가능한 역사의 상징이었다. 통합의 중요한 기제로 인쇄술의 발달과 한글 창제가 있어서 백성에 대한 계몽과 소통이 가능했다. 식민시대를 관통한 독립운동사, 특히 3.1운동과 국채보 상운동은 통합으로 위기를 이겨낸 귀중한 사례이다. 6.25의 극복과 잘살아 보자!는 산업화 시대가치와, 보다 인간다운 삶을 추구했던 민주화 시대를 거쳐 다양화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 2002년 월드컵 응원 문화, 태안기름유출 환경오염 사고에 온 국민의 자발적 환경복원 활동 등은 인류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귀중한 통합의 역사이다. 우리 역사 속에 존재하는 통합의 사례들은 기본 적으로 정치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었으며, 국민 개개인의 자발적 공감과 참여, 다양성 인정, 사람에 대한 따뜻함, 비교와 경쟁을 억제하는 가운데서 이루어졌다.
내 안에 분열적 요소는 무엇이며, 왜 생겨났는지 차분히 보아야 한다. 나부터 스스로 통합적 요소들로 무장하자. 눈높이를 낮추고 주변을 돌아보고 내 역할을 찾아내자. 그리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 우리 모두의 공동체가 지속가능하도록….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통합의 대화를 나누고 대화의 폭과 넓이를 확장시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