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문학관에 이어 국립철도발물관 건설을 위한 공모사업에 11개 시도가 뛰어들며 또다시 유치경쟁이 벌어졌다.
기획|편집부
2014년 9월 26일 국토교통부에서 전국 16개 시·도에 국립철도박물관 입지 후보지 추천 공문이 보내졌다. 총사업비 1000억원(추정)을 투입해 철도역사 115년의 발전과 미래상에 대한 교육, 연구 등을 위한 국립철도 박물관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국립철도박물관은 2021년 말 개관을 목표로 ‘철도역사 문화관’과 ‘철도산업과학기술관’, ‘어린이철도테마파크’ 등이 들어서고 세계 시장 진출을 겨냥해 철도산업 경쟁력을 전 세계에 알릴 국가시설로 건립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국립이라 부지 매입비, 건축 운영비 모두 국비로 충당하고 건립 이후 인건비나 운영비도 국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점이 메리트다.
국토부가 공문을 보내자 16개 시·도 중 대전과 세종, 부산, 울산, 충북 청주, 경기 의왕, 강원 원주, 전북 군산, 전남 나주, 경남 창원, 경북 포항 등 11개 시도가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충북 청주시는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서명운동을 벌여 충청북도 전역에서 61만 7076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4일 서명부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대전광역시도 시민 55만여 명의 서명을 받는 한편 국민MC 송해를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국립철도박물관 조성방안’을 발표하고 국립철도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박물관 터 매입비를 모두 대전시가 부담하는 방안과 증기기관차를 운행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경기도 의왕시는 1988년부터 한국철도공사가 의왕 시에 운영 중인 철도박물관을 확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시는 ‘인접해있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립한국 교통대학, 코레일 인재개발원 등과 연계하면 사업부지 확장이 가능하며 의왕레일바이크 등과 인접해 사업성도 높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부산광역시는 경부선과 동해남부선 연결, 유라시아 철도의 기종점 역할 등 철도 도시로의 상징성을 내세웠고, 경상남도 창원시는 창원역, 창원 중앙역, 마산역 등 3개 역과 김해공항이 인접해 있다는 점을, 전라북도 군산시는 등록문화재 제208호인 (구)임피역과 근대문화유산거리를 강점으로 내세워 유치행보를 펼쳤다.
그러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보와 달리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 오던 국토교통부는 결국 지난 7월 22일 지자체 간담회를 개최해 ‘현재 추진 중인 국립철도박물관 입지선정은 공모방식으로 하지 않고 올해 안에 지자체 간 과열경쟁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 후 이를 바탕으로 최종 입지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지자체 간 과열경쟁으로 잠정 중단된 국립한국문학관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고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더군다나 김성제 의왕시장이 7월 18일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국토부가 시의 기존 철도박물관을 확장, 증· 개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조언했다’고 말해 ‘특혜 논란’까지 일으켰다. 국토부와 의왕시는 사실이 아니라
고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지자체 간 과열된 유치경쟁을 진화하기 위한 국토교통부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국책사업에 공모하는 지자체는 공모사업의 결과와 관계없이 막대한 행정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더군다나 인천시의 경우 철도의 역사가 시작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공모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 등 지자체 입장에서는 유치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무시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의 발표 후에도 대전광역시는 “공모 중단은 유감스럽지만 정부가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새로운 절차에 맞춰 유치 활동을 계속 전개하겠다”고 밝혔고, 청주시 철도박물관유치위원회는 “정부 방침에 최대한 협조하겠지만, 철도박물관 건립 목적을 훼손 하거나 공정한 입지 선정을 방해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남권 신공항에 이어 국립한국문학관, 국립철도박물관 까지…. 대규모 국책사업이 잇따라 무산되고 정책 혼선이 이어지며 지자체만 멍들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공모 사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정보공개는 필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며 국민도 잘못된 정책은 역추적하고 따끔하게 지적하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