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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의 능력

  • 등록 2019.09.25 17: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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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김경일 아주대학교 교수

 

인공지능 vs 인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배하면서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특히나 씁쓸하고 우울하게 들렸을 겁니다. 그동안 인간은 기계에게 많이 져왔습니다. 1997년 체스챔피언이 인공지능 딥블루에 참패하고, 2011년에는 왓슨이란 인공지능이 퀴즈 프로그램에서 인간을 누릅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인지심리학자들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기능을 발견합니다.

 

쉬운 질문 하나 드릴게요. 네, 아니오로 대답해주세요. 대한민국의 수도가 어딘지 아십니까? 두 번째 질문입니다. 과테말라에서 7번째로 큰 도시가 어딘지 아십니까?

 

지구상에서 모른다는 대답을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뇌를 1%도 건드리지 않고 나에게 정보가 없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만약 컴퓨터처럼 생각한다면 우리는 모른다는 대답을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하지 못할 겁니다. 모른다는 판단을 1초 안에 할 수 있다는 건 그다음 행동을 1초 안에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죠. 인간은 호모사피엔스로 태어나서 7만 년 동안 이 시스템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그 덕분에 인간은 유한한 시간을 살면서 무한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이 능력을 바로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인지 위에 내 생각을 보는 눈이 하나 더 있는 거예요. 메타인지는 무엇을 보든 ‘안다, 할 수 있다’와 ‘모른다, 못 한다’만 판단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모른다는 답을 빨리 할 수 있고, 그래서 인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1초 만에 끝낼 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렇게 고마운 역할을 하지만 인간 실패의 절반도 메타인지 때문에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커닝’이라는 말을 5초 동안 읊어보세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은 누구일까요? 그러면 대부분 링컨이라고 답합니다. 미국의 초대대통령은 워싱턴이죠. 무언가에 5초만 익숙해져도 메타인지가 고집을 부리고 자기 머리에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5초가 아니라 5시간, 5일, 5개월, 5년을 익숙해지면 어떨까요?

 

재미있는 실험

 

제가 좋아하는 실험이 있습니다. 평범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똑같이 30분씩 들어가서 같은 재료를 주고 같은 일을 시킬 겁니다. 그런데 제가 말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이 아이들을 평범한 아이로 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3학년 1반에 들어갑니다.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도형을 보여주고 이 중에 각자 마음에 드는 도형을 5개 골라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도형을 쭉 보다가 꼬이고 구부러진 특이한 모양의 도형은 절대 안 고릅니다. 대부분 비슷한 모양의 도형을 골라서 자동차나 집을 만들어요. 천편일률적이죠. 개성과 창의성이 전혀 없습니다.

 

다음에는 2반에 갑니다. 이때는 1반과 같지만 말의 간격을 벌립니다. 아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도형을 5개 골라보라고 말한 뒤 교실을 나가면 아이들은 이제 1반과 달리 오히려 특이한 것, 자기가 좋아하는 도형을 제각각 고릅니다. 아이들이 도형을 다 고르면 제가 교실에 다시 들어가서 지금 고른 5개로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짜증내고 어려워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골랐기 때문에 더 몰입하고 재밌게 합니다.

 

3반에 가서는 도형을 안 보여주고 먼저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든다면 뭘 만들겠느냐고 물어봅니다. 지구 지키는 로봇, 영원히 충전 안 해도 되는 휴대전화 등을 말하죠.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도형을 보여주고 여기서 5개 골라서 네가 말한 거 만들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1반 2반처럼 도형을 덥석 집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뒤집어 보고, 옆으로 보고, 뜯어보면서 간신히 고릅니다. 1반에서는 개인의 목표가 없는 아이들에게 도구를 주고 방법과 목표를 알려줬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는 개인이 도구와 목표와 방법을 동시에 부여받으면 What과 How와 Why를 함께 생각합니다. 3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 인간은 막막하고 불안하죠. 불안한 사람이 제일 먼저하는 게 옆 사람을 보는 겁니다. 1반에서는 어떤 아이든 제일 먼저 만드는 것을 다 따라합니다. 2반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골랐으니까 조금 다릅니다. 개인의 목표가 없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더 잘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3반 아이들은 도구를 아직 안 본 상태에서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했죠. 그런데 막상 도구를 보니 별 게 아니었거든요. 평범한 도구를 본 메타인지는 놀랍니다. 그래서 도형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색다르게 보고 특이하게 보려고 합니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착각

목표나 비전이나 결말을 크게 잡으면 완성하는 과정에서 내가 사용하는 방법도 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의 가장 오래된 착각 중 하나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일어나죠. 예를 들어 한 사람한테는 주사위 두개를 던져서 12가 나오면 10만 원을 주겠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2가 나오면 10만 원 주겠다고 합니다. 12와 2가 나올 확률은 정확히 같지만 그런데도 12처럼 큰 수가 나와야 하는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동작을 크게 하면서 주사위를 던집니다. 2처럼 작은 수가 나와야 하는 사람들은 살짝 던집니다. 윷놀이할 때 윷과 모가 나와야 할 때와 도가 나와야 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수많은 조직에서도 큰 비전을 제시하면 사람들은 거기에 걸맞은 큰 도구를 가져다 놓습니다. 그러나 이 지구상의 어떠한 혁신도 거창한 도구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뭘 해야 할까요? 도구를 안 본 상태에서 개인의 목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목표와 비전이 실현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목표를 세게 이야기해야 내가 가진 평범한 도구가 새롭게 보입니다. 그게 바로 목표와 비전과 꿈의 기능입니다.

 

 

0.1%의 비밀

이제 내 메타인지를 건드리는 방법을 말씀드릴게요. 분야를 막론하고 뛰어난 사람은 아이큐에 의해 변별되지 않습니다. 뛰어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0.1%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전국 고등학생 62만5000명 중에 전국 800등 안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평범한 아이들과 뭐가 다를까를 다룬 겁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때 담당 PD님께서 애를 먹다가 저한테 전화를 하셨어요. 0.1%와 평범한 아이들의 아이큐, 기억력, 연산력, 부모소득, 거주지, 하다못해 키까지 40개 넘는 항목을 비교했는데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 한 게 바로 메타인지 실험이에요.

 

메타인지는 내가 나를 보는 눈이라고 말씀드렸죠? 설명하기 쉽게 각색해서 말씀드릴게요. 0.1%와 평범한 아이들에게 단어를 20개씩 보여주고 그중에 몇 개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은지를 말하게 합니다. 20개 중에 18개를 기억할 수 있을 같다고 예측한 아이가 15개를 기억해내면 자기 예측과 실제의 편차가 3개 생긴 거죠. 그런데 12개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아이가 정말 12개 기억하면 예측과 실제의 편차는 0입니다. 실험에 참여했던 0.1% 아이들은 전원이 편차가 0이었습니다. 평범한 아이들은 편차가 너무 심해서 종잡을 수 없었어요.

 

뛰어난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나 능력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설명을 못하는 지식, 두 번째는 알고 있다는 느낌도 있고 설명도 할 수 있는 지식. 두 번째만 지식입니다. 첫 번째는 자기 메타인지에 속고 있는 거예요.

 

0.1%와 평범한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다시 비교해 보니 차이점이 하나 보였습니다. 0.1% 아이들은 하루에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가까이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설명하는 동안 몇 번 정도 막히는지 세어보니 8~12번 막힙니다. 막힌다는 건 뭡니까? 내가 모른다는 걸 알아차리는 때죠.

 

또 이 아이들은 전교 1등입니다. 전교 2등이 물어보든 꼴등이 물어보든 친절하게 잘 설명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1등 입장에서 누구에게 설명하는 게 더 어려울까요? 당연히 꼴등이죠. 2등은 1등이 간략하게 설명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꼴등은 제곱이 뭔지 아예 몰라요. 왜 X 옆에 2가 작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꼴등에게 왜 2가 작은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이건 네이버에도 없어요. 그걸 답하기 위해 1등은 위키피디아를 뒤지고 뒤져서 결국 답을 찾습니다. 본질에 가까운 질문과 본질에 가까운 대답이 나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0.1% 아이들의 방에 칠판이 있었어요. 집에서도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집에는 전교 꼴등도 없어요. 꼴등은 나와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집에 있는 엄마아빠는 내 일과 무관한 사람이죠. 내 일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게도 설명하는 것을 보면 두 집단이 명확하게 갈립니다. 뛰어난 사람들은 내 일과 무관한 사람에게 설명하는 습관이 반드시 있습니다.

 

어린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

실리콘밸리에 가면 톱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이 인근의 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에 가서 자기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코흘리개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자기가 하는 일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한 시간이 일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시간입니다. 왜 그럴까요? 내일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할 때는 전문용어와 약어를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걸 어린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꿔야 되죠.

 

어린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자기가 하는 일을 바꾸면서 나온 것이 바로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코닥 직원이었던 스티븐 사순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어린아이가 필름이 뭐냐고 물어보자 ‘세상의 모든 이미지를 담는 그릇이야’라고 답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까 그 당시 일상생활에 자주 쓰이는 그릇이 하나 더 보이는 거예요. 바로 카세트테이프였습니다. 사순은 그 과정에서 ‘왜 렌즈의 이미지가 필름으로만 가야 할까? 카세트테이프로 가도 되는데. 그러면서 녹음기의 영상을 아날로그로 볼 수 없으니 디지털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연달아 하게 된 거죠.

 

정리하면 우리 인간은 컴퓨터에 없는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메타인지를 건드리는 것은 간단합니다. 첫째, 목표와 도구와 수단을 시간적으로 떨어트리십시오. 그래야 사람들은 메타인지를 통해서 뭔가를 새롭게 봅니다. 둘째 나의 메타인지든 다른 사람의 메타인지든 내 일을 모르거나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내 일을 설명해보십시오. 그러면 사람들이 메타인지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꿰뚫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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