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위기 인식과 정책적 대응
1. 인구정책
가임기 젊은 여성이 빠져나가고 있는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이라면 반대로 인구가 모여드는 지역 또는 이미 모여 있는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과 지방의 광역시 세력권에 있는 지역들이다.
수도권 및 지방의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인구감소 문제를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것인데,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위기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인구감소 자체이기보다는 인구수와 연동되어 있는 지방교부세 등지방재정의 축소 및 행정기구 감축 등과 관련되어 있다. 인구는 지역공무원과 의원, 지역민 각자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국가차원의 인구정책이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인구의 양적성장을 위해 자연적 인구증가를 위한 출산장려정책에 귀결되어 있다면, 지방차원의 인구정책은 자연적 인구증가뿐만 아니라 인구유입을 통한 사회적 인구 증가도 지향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인구감소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소위 ‘인구 늘리기’ 시책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인구유출에 따른 주민수 부족을 고민해오던 지방이 나름의인구정책적 의지를 표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방의 인구정책은 인구의 규모나 상태를 직접적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인구조정정책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시책을 두루 섭렵하는 인구대응정책으로서의 특성을 가진다. 인구문제가 단편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결과가아니듯 현 지방이 다루는 인구정책의 영역은 출산, 교육, 노인복지, 일자리 등 다면적이다. 즉 인구감소에 대한 지방의 대응책이 단순히 출산장려금 지원 등에 국한되어 있기보다는 열악한 교육환경의 개선을 위한 장학정책, 기업유치 및 청년 취업 제공 등 일자리 창출정책, 인구전출을 막기 위한 장수 관련 정책 등 관할 지역 내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및 생활여건 개선 등을 위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지방의 자율적인 정책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향력은 여전히 크다. 초기반응이나 일부 정책결정에서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빠르고 결단력 있는 태도를 보이지만, 실질적인 지방의 인구정책확산은 국가의 상위근거법령이나 방향설정 등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하는 지방의 전입 및 인구증대 지원 시책의 경우, 인구를 늘리고자는 지자체의 목적을 직접적로 드러내고 있으나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갖추지 못한 채 저출산·귀농귀촌 국가의 관심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 역시 빈약했다.
2. 공간 및 산업정책
지방의 인구인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각 시군이 수립하는 도시·군 기본계획상의 계획인구 추정이다. 해당 지역 내 토지이용계획을 비롯한 각종 도시계획시설의 설치가예측된 계획인구를 근거로 결정되므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향후 도시계획시설의 유치 및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자연적 인구증감분이 감소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구증감분을 높이 책정하여 계획인구를 높게 추정해온 것이 관행이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도 지역의 성장기반을 고려하지 않고, 인구 및 산업성장 목표를 과대하게 설정하여비효율적인 공간계획 및 예산집행이 지속되고 있는 추세다. 지역의 장기비전을 도출하는 장기발전계획 등 비법정계획에서는 현실성 있는 인구추계를 설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도시기본계획 인구는 과대하게 설정하고 있는 것이 지방의 현실이다.
한편 1981년 도시기본계획이 도입된 이후 2010년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해야 하는 기본계획 성격의부문별 계획은 약 29개에 달한다. 도시기본계획, 공원녹지기본계획, 건축기본계획 등 도시부문 계획 이외에도교통, 농림수산, 환경 등 관련 기본계획이 개별 법령별로 수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기본계획은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마스터플랜의 성격으로 법정계획이어서 지방자치단체는 중앙행정기관이 요구하는 대로 제출해야 하지만,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한다면 실익이 크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균특법상의 법정계획 지역발전 5개 년 시도계획의 경우 예산이 수반되는 계획이며, 시도가 예산을 자율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클 수 있다. 시·군·구가 수립해야 하는 기초생활권 발전계획은 임의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수반되는 계획이어서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시·군·구 자율편성사업 예산은 2015년 기준 생활기반계정 총 사업규모 4조 5000억 원 중에서 1조 6000억 원에 불과하고 이를 200개 시군구에 평균적으로 배분된다고 가정할 경우 1개 기초자치단체당 80억 원에 불과하다. 현행 지역발전특별회계의 복잡다단한 추진체계를 고려할 경우 매우 미미한 수준의 재정지원에 불과하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지원 방안
지방의 인구정책적 대응이 인구사회, 산업경제, 교육복지등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전반으로 다양하게 전개되어 오고 있지만,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한 국가차원의 정책지원은 출산·양육지원정책에 매몰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방소멸 위기를 사전에 인식하고 지방단위의 인구정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1. 축소도시지향형 지역발전정책 전환
저출산·고령화로 인구증가가 정체되고 경제가 선진국형 저성장 기조로 들어서면서 개발위주의 도시확장 정책은 한계에 봉착되었다. 우리보다 앞서 도시성장과 쇠퇴를 경험한 선진국 등에서는 과잉개발이 아닌 적정규모의 지역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다. 특히 부정적으로 인식해왔던 도시쇠퇴 및 축소현상을 도시의 성장과정에서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하고 스마트 쇠퇴, 현명한 축소 등 지역 재활성화의 새로운 기회로 간주하기도 했다.
한국도 인구감소시대의 현실을 인정하고 축소도 시지향형으로 지역발전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와 고용을 통한 전통적인 성장 중심계획에서 축소를 경험하는 지역중심 계획으로 변화가 진행 중이므로 인구와 건물, 토지사용 등을 적게 하고 덜 개발하는 스마트 축소 지향형 지역발전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2.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지역수요를 반영한 지역발전정책 마련
현재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중앙정부의 정책은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법에 의거한 정책으로 지역발전정책이기보다는 사회복지정책에 해당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지역발전정책은 사회정책이기보다는 공간정책으로서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야기되는 새로운 지역수요을 반영할 수 있는 지역발전정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속적인 저출산·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는 지역발전정책의 새로운 수요를 야기할 것이다. 노인 및 아동등 복지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유휴화되는 시설의 재활용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한편 인구위기지역은 수요부족으로 대중교통, 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생활 인프라의 편의성도 낮아질 것이므로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사회정책으로서 출산양육 지원정책뿐만 아니라 공간정책으로서 출산양육을 지원하는 여성친화도시,아동친화도시, 노인친화도시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수요가 지속적으로 야기될 것이다.
인구 감소에 대응한 지방의 인구정책이 다차원적으로 마련되고 있으며 인구를 늘리고자 하는 자율적 의지 역시 높지만, 실질적인 이행에 있어서는 한정된 지방의 역량과 재원 등으로 인해 상위법인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에 의거한 시책에 경도되는 경향이 높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지역수요를 반영할 수있는 새로운 접근틀의 지역발전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3. 인구감소로 인한 취약지역 특별대책마련
인구감소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지역은 대도시보다는 소도시 및 농촌지역이다. 이에 이미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어 많은 지역들이 인구늘리기 정책 등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인구감소 현상이 분명하다면, 단편적인 인구늘리기정책이 궁극적 대안이 될 수는 없으므로, 인구감소에 대응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국가는 심각한 인구감소로 인하여 정주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필요한 기초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축소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 편재의 도시기본계획 수립체계는 인구배치 공간구조를 비롯하여 도시기반, 산업, 문화, 복지 전분야를 망라하고 있으며, 도시기반시설배치에 핵심이 되는 장래인구 추정 등이 인구증가추세로 예측하는 관행이 있어왔으므로, 지방자치단체들도인구감소에 대응하여 합리적인 계획수립을 유도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제도개편이 필요하다.
공공서비스 공급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농촌과 주변 소도시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지역 내 거점기능 재편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위기를 인식하고 자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인구감소에 적절히 대응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인구감소에 부합하는실효성 있는 계획 및 시책을 마련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 위 원고는 2017년도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이소영 연구실장이 발표한 논문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