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초기인 1996년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 ‘엘리트 양성소’로 알려지며 인기를 끌었던 민족사관고등학교, 일명 민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민사고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민사고가 위치한 횡성군은 현재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있을 정도로 서울과는 거리가 멀지만 부모들은 너도나도 민사고에 입학시키려 전쟁을 치렀다. 유레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방향은 이런 쪽일까? 현재 민사고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물론 입시제도 변화, 문재인 정부의 특목고 폐지 정책, 학령인구의 감소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도권에서 태어나고, 수도권에서도 이에 대한 대안이 많은 현실에서 지방에 위치한 고등학교가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방의 청년을 끌어들일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번 달에는 노무현의 꿈, 균형발전에 대한 방향과 (이재명 후보의 메가시티 공약은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새롭게 떠오르는 한동훈 후보의 ‘5대 메가폴리스’ 공약에 대해 청년 인구학자의 시선으로 논의하겠다. 청년 인구학자가 본 균형발전 우리나라 인구학계가
지하철에 비어 있는 ‘노약자석’을 보면 한 번쯤 앉아도 될까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민만 할 뿐, 불편하더라도 서서 가는 것을 선택한다. 다리가 아파도, 노약자석보다 훨씬 많은 일반석을 찾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노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은 ‘동방예의지국’이라 불 리는 한국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배려의 본질을 들 여다보면, 배려하는 쪽이 더 많은 것을 가졌기에 가능하다 는 점을 알 수 있다. 마치 일반석이 노약자석보다 많은 것처럼 말이다. 만약 노약자석이 일반석보다 더 많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18년 만에 이뤄진 국민연금 개혁이 이러한 황당한 상황과 닮아있다. 더 오래 살아야 하는 청년들은 더 많은 부담을 떠 안지만, 연금을 받을 시점에는 그 혜택이 얼마나 남아 있을 지 모른다. 사회는 ‘노약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정작 청년들을 위한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전 세계 최초로 청약자(청년 약자)라 는 단어가 생겨날 지경이다. 청년이 약자라는 점을 인정해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기자회견 까지 열며 “선거를 앞둔 매표성 야합”이라며 맹폭을 가했다. 허나 국민연금 개혁안 관련 논의는 이미 활발하게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은 성경 구절을 왜곡하여 자신의 권위를 합리화함으로서 자신을 신격화 시켰다. 그는 신도들에게 “외부 세계는 사탄의 지배를 받고 있다”며 JMS 공동체 안에서만 안전함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그의 언행은 공동체를 위한 봉사 그리고 희생으로 묘사되어 신도들에게 무조건적 숭배를 받게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 올린 영상메시지 중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라는 발언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더 나아가 ‘부정선거’에 대한 꺾이지 않는 믿음, 그리고 계엄을 선포하며 과단성을 보임으로써 극우론자들이 그를 더욱 신봉하게끔 만들었다. 관저를 나가는 대통령을 향해 “울면서 큰절하는 사람도 있다”는 뉴스와 “유혈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 대통령의 발언은 본의 아니게 성경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메이저 여론조사기관 중 하나인 한국갤럽이 발표한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그리고 민주당과의 골든크로스는 이를 뒷받침 해준다. 또한 국회의원의 모든 행동은 그들의 재선과 관련된다고 하는데 국힘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관저에 몰래 간 것은 분명 보
김정은 曰 “뭐지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청년들의 눈으로 바라본 계엄 사태이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온라인을 강타한 윤석열 대통령 관련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의 내용이다. 밈에는 고뇌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코믹한 사진이 있는데 이번 사태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밈을 보게되면 어이가 없어서 웃게 되지만 실은 중요한 메시지가 있는 다크코메디(Dark Comedy)의 모습을 띤다. 무거운 사회 이슈를 경쾌한 이미지로 풀어내고자 하는 청년 세대가 선택한 사회참여 방법이며 자유 제한에 대한 청년들의 대항이라고 생각된다. 본래 청년은 일상과 정치를 분리했다. 나의 시간을 정치에 투자하는 것보다 돈과 자기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게 청년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어보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가장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청년 세대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또한,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가난한 세대이기 때문에 단순히 정치에 참여할 시간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상을 택했던 청년들이 이번 계엄 사태에 있어서 정치를 택했다는 점이
대한민국 청년으로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현재 청년으로 살아가지 않은 이에게는 섣불리 답하기 어려운 질문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지표들은 여럿 볼 수 있다. 우리나라 20대의 자살률은 무려 하루에 4.3명꼴로, 그 중 19%는 생활고로 밝혀졌다. 청년들은 인간이 지닌 본능 중 가장 원초적인 재생산 본능을 억제하며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갱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여론조사 기업 입소스는 대한민국의 남녀갈등이 세계 최고로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구직이 활발한 시기인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2003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 창업과 관련해 질문하는 글에는 “창업은 금수저 은수저쯤 되는분이 취미로 하는겁니다.” 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반면 ‘특별한 경험’을 위해 평균 월 소득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지출하며 해외여행을 떠나는 청년이 늘어난다는 설문조사가 나오고 있다. 청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SNS 문화가 사회 깊이 뿌리내리며 안 그래도 비교문화가 심한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더욱이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에서는 연일 민생과 청년과 관련된 이슈는 뒷전이 되어 청년과의 공
“전쟁터에서 날마다 젊은이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고통과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는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에 신물이 났다 ... 정치는 이래서는 안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52년 부산 정치파동을 겪고 정치를 결심하며 내뱉은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쟁터와 거리가 멀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장기화로 인해 서민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경기악화, 빚더미에 앉은 자영업자, 최고치를 찍은 연체율... 등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는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정치는 김여사, 탄핵, 명태균과 같이 민생에 아무런 도움 안 되는 이슈에 집중하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시도 빠지지 않고 싸우기만 하고 있다. 이러한 정국 속에 우리는 논쟁과 대화, 타협을 통해 국민의 이익을 지켜나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혜를 되새겨야 한다. 1965년 한일협정 VS 김대중 1964년 열린 6대 국회의 최대 관심사는 박정희 정권이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던 한일협정이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을 위해 경제원조가 절실했던 박정희는 한일국교정상화를 밀고 나갔다. 야당의 강경파는 한일협정을 매국이라고 주장하면서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
20년 전,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는 미국 브루클린(Brooklyn)이었다. 10년 전에는 독일 베를린(Berlin)을 꼽았다. 지금은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서울이라 외친다. 지난 9월은 우리나라 전체가 세계 문화의 장이 된 달이다. 키아프와 프리즈 그리고 광주 비엔날레로 시작된 아트위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 더 나아가 아시아의 크립토 행사를 대표하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까지, 지난 9월에는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세계 시민이 흥미를 느낄만한 여러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다. 이러한 세계적인 행사들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가 경험하고 있는 ‘한류 효과’가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 예를 들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서울 FC로 이적하면서 엄청난 이슈 몰이를 했던 제시 린가드 선수 역시 자신이 진행하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한국 효과를 누리기 위해 K리그로 이적했다고 한다. 그만큼 현재 보이는 한류 또는 한국 효과는 확실하고 거대하다. 한류나 한국 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대부분의 이익이 서울에 집중된다는 한계점이 보이지만, 광주 비엔날레를 보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러한 한류 효과가 지방에도 닿
“청년들이 개만 사랑하고 애를 안 낳는다.”라는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발언이 화두가 되면서 다시 한 번 세대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28년 만에 배드민턴 단식 종목 금메달을 대한민국에 안겨준 안세영 선수(22세) 역시 배드민턴협회 부조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선배 세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 세대가 느끼는 사회문화적 갈등은 물론 연금 개혁과 같은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세대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달에는 이러한 세대갈등이 왜 일어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지 고찰해보겠다. 기대수명의 증가가 불러온 세대 갈등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점토판에서 ‘요즘 젊은이들 너무 버릇이 없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기원전 425년 경 소크라테스 역시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세대 갈등은 언제나 존재했고 지속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회를 뒤덮었던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는 ‘세대’였다. 부쩍 세대에 대한 관심이 왜 높아졌는가 판단해보면 기대수명의 증가 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특히 베이비붐1세대(1955~64년 생), 베이비붐2세대와
지난 2월 주형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취임했다. 언론사들은 일제히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하고 정책 추진의 대가인 주 부위원장을 치켜세웠지만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쭉 경제 전문가로 활동한 주 부위원장의 이력으로 볼 때 인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심심치 않은 걱정이 들기도 했다. 관료의 전문성 결여는 현재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역대 기재부 장관 중 경제통이 아닌 사람이 장관을 한 적이 있는가? 답은 “NO” 다. 정부는 지난 1일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보다 더 훌륭한 부처의 이름이 있을까? 인구학의 대가 조영태 교수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인구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전략적으로 정책을 기획해야 한다는 점이 부처 이름에 반영됐다는 점은 전 국민이 두 손 벌려 환영할 일이다. 인구전략기획부의 장관이 아직 내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달에는 인구전략기획부의 초대 장관이 풀어야 할 숙제를 나열해보려 한다. 저출생에 포커스를 두지 마라! 인구전략기획부가 신설되면서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인구전략기획부 장관 소속의 자문위원회로 흡수되
어떻게 일본은 저성장, 인구축소 그리고 고령화에 따른 잃어버린 10년을 버틸 수 있었을까? 물론 현재 일본의 경제규모는 서서히 축소되고 있고 얼마 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일본을 앞질렀지만 일본은 여전히 세계 경제 순위 4위라는 경제 강국의 위치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일본이 버티는 이유에는 아베노믹스, 양적완화 등 여러 이유를 주장 할 수 있겠지만 잃어버린 10년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과 같이 고성장 하는 경제 파트너 국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1992~2001년)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평균은 6.6%이다. 이는 IMF로 인해 마이너스 5.1%가 된 1998년도를 포함한 수치이다. 일본이 생산하는 제품들을 열심히 소비해주는 국가가 있으니 아무리 내수가 좋지 않다고 해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이 맞닥뜨릴 “무너지는 10년“ 우리나라는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상황이 더 암울하다. 일본이 저성장 시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칭했으면 우리나라는 ‘무너지는 10년’이라고 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제 소비의 가장 기본 단위인 인구만 보아도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