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임업의 미래와 ESG

이강오

/ 한국임업진흥원 원장

 

산림을 기반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가공·유통하는 임업은 전체 산업에서 6조 7,000억 원을 차지합니다.임업은 곧 ESG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가치 둘째, 친환경 먹거리의 가치 셋째, 일상생활과 건축 등에서 쓰이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재료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거버넌스 관점에서 정부와 지자체, 민간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한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합니다.

 

대량생산되는 상품들은 아니지만, 비건 시장(완전 채식)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 산지에서 나는 임산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허핑턴 포스트에서 ‘죽기 전에 먹어야 할 25가지 음식’에 돌솥비빔밥이 13번째에 선정됐습니다. 돌솥비빔밥 자체도 맛있지만, 돌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 맛이 대단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돌솥비빔밥은 임산물도 상징합니다. 돌솥이 석재로 제조됐고 이를 받치는 받침이 목재이며 돌솥비빔밥 안에 들어가는 밤, 대추, 더덕, 고사리, 도라지 등이 전부 임산물이죠. 숲이 가진 먹거리 체계가 향후 미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임업이 독특한 콘텐츠로서 발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목재는 친환경 재료로 목조 건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목조 건축은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4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석조 건축에 쓰이는 석재도 탄소 배출량이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자연 재료들을 지속 가능하게 생산해 이용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용기나 제품들을 대체할 수 있는 나노셀룰로오스(나무 조직 내 섬유소를 잘게 자른 고분자 물질) 기술도 개발돼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도 나무와 나무가 갖는 원료 적 성격이 매우 중요한 시대입니다.

 

해안이나 강에서 채취한 모래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산에서 생산되는 석재를 사용하는 일도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석재 산업도 우리가 계속해서 쓸 수밖에 없는 재료이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관점에서 봐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업을 소셜(Social)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인구 소멸 위기 지역으로 지정한 전국 89개의 시·군 중 75곳이 산촌입니다. ‘지역이 소멸한다’는 의미에 여러 가지가 담겨있겠지만, 국토 관리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산불이 나면 산림 당국과 소방 당국이 협력해야 진화할 수 있는데, 인구가 소멸해 시·군이 사라지면 그 지역의 산림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게 됩니다. 소멸 위기 지역의 산림 자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며, 이를 활용해 임산물을 생산하고, 산림 휴양 서비스를 통해 산림 관광을 활성화하며 나아가 복합적인 6차 산업으로 나가는 것이 지역 사회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간 6만 명가량이 귀산촌을 합니다. 최근 농어촌 총조사 통계를 보면 농가 수와 어가 수는 줄어드는 반면 임가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주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풀어가는 데 더 이상 국가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역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자원은 환경이자 곧 생태 자본입니다. 산림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독특한 산림 생태 환경을 기반으로 그 지역이 갖는 고유한 문화·경제적 시스템을 결합해 지역의 인적 자원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산림을 복원하는 데 국가가 주도하는 게 유리했지만, 이를 자원으로 이용하는 데는 지역 중심으로 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지역 단위의 산림 경영, 지역 단위의 임업을 만들어내는 게 과제이며, 임업인과 산주의 소득 증진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지역사회와 환경단체, 전문가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 또 하나의 숙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벌채할 시기가 도래하는 것을 ‘벌기령’이라고 합니다. 이 벌기령을 관리해 숲을 어느 상태로 만들 것인지, 목재 공급을 얼마나 할 것인지 결정하는 정책 수단인데요. 벌기령은 국가마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40년 정도면 탄소 흡수 측면에서 가장 왕성한 때이고요, 목재의 입장에서 보면 B 지점 정도, 즉 50년이 넘어갔을 때 목재의 물리적 총량을 가장 많이 획득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C 지점(70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고급재를 생산할 수 있는 시기이고, D 지점 정도면 문화재급 나무를 생산할 수 있는 시기가 됩니다. E 지점은 최근 독일이나 핀란드 등지에서 찾는 벌채시기입니다.

 

우리 숲의 연령은 현재 평균 40~50년 됐는데, 이를 100년 숲으로 환경과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이 우리 세대의 과제라고 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도 벌채 논쟁을 거쳤습니다. 벌채 논쟁 이후 미국은 국유림에서의 목재 생산을 거의 중단했지만, 독일에서는 오히려 목재 성장이 늘었습니다. 현재 독일에서는 아주 적극적인 벌채는 하지 않고 돌풍의 피해목들만 생산하고 있음에도 높은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생태계 보전과 함께 물질적·경제적 가치까지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갈 것이냐 중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간벌 시대에 온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간벌해서 더 큰 나무로, 더 큰 숲으로 키워내는 일이 현시대의 숙제이자 다음 세대에 산림자원을 어떻게 넘겨줄 건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최근 동해안에 산불이 났었죠. 산불의 면적도 크지만, 그 산불에 피해 본 나무의 양도 어마어마합니다. 1년간 벌채하는 양에 맞먹는 산림이 불에 탔습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약 3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그중 25%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시 쓸 수 있는 나무입니다.

 

불이 난 지역은 우리나라 산림 중 가장 좋은 산림입니다. 그래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또 우리가 가진 좋은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겠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피해목의 한 25%라도 제대로 쓸 수 있으면 23평짜리 한옥을 약 1만 개 정도 지을 만큼의 양입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고요.

 

산림 경영은 이어달리기와 같습니다. 할아버지 세대가 나무를 심었고, 부모 세대가 숲을 가꿔왔다면 젊은 세대가 숲을 지속 가능하게 보존하고 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다음 세대는 독일이나 서구 유럽이 보여줬던 것처럼 지속 가능한 숲을 만들어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것입니다.

 

 

배너
배너

발행인의 글


"공직자 ‘권력’과 ‘봉사’는 같은 말...시민 목소리 늘 경청"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겸 인천광역시장]

인터뷰는 개헌 얘기가 강을 이루며 민주주의의 바다에 이르렀다. 난파당하지 않고 견고한 몸으로 정박한 목선 유정복은 강인했다. 아니 처절했다. 공직생활을 꿰뚫는 봉사 정신은 권력에 대한 ‘지론’이었고 시민 국민과의 대화로 몸에 밴 ‘낮은 눈높이’는 권력을 쓰는 ‘정도’로 설명됐다. 달변이 아니어서 ‘선동’에 능하지 않고 제스처는 화려하지 않아 ‘분신술’과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더 큰 권력은 ‘지방분권’ 실현이었고 인천광역시장으로서 진정한 권력은 ‘시민 배부른 행복’ 쟁취였다.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지방분권 ‘완전’ 정복은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루어질 것이다. 개헌으로 인사 재정 조직의 권한을 중앙에서 넘겨받고 헌법 전문에 지방자치 실시를 못 박아야만 전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전국에 메아리치는 지방자치 숙원민의가 가장 큰 원군이다. 인천의 성공 사례는 저평가된 것 같아 낯설다. 저출생을 뚫은 아이 플러스 드림 정책 시리즈나 부쩍 자란 지역경제는 전국구 모범사례다. 그러나 저출생 타개를 위해 인구 부처 신설안을 국회에 냈으나 ‘권력’에 막혀있다. 좋은 일

"산업 간 격차 해소 입법, 사회 통합의 정치 실현"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절실해진 시대, 그 해답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정치인이 있다. 바로 어기구 국회의원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을 아우르는 농해수위원장으로서 그는, 국민의 먹거리와 국토를 지키는 최전선에 서 있다. 하루에도 서너 건 이상의 민원과 간담회를 소화하며, 때로는 법안 발의로, 때로는 정부 부처를 설득하는 끈질긴 노력으로 지역과 나라를 동시에 돌보고 있다. 하지만 어 의원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성실함’만이 아니다. 경제 펀더멘탈 붕괴를 경고하며 지금의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해 ‘경제의 인공호흡’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정치권 안팎에 진중한 울림을 준다. 또한 사회 양극화 해소를 한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지역균형 발전과 사회통합을 향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는 그는, 단순한 선심성 발언이 아니라 구조적 대안을 이야기하는 보기 드문 현실주의자다. 특히 고향 당진에서는 철강산업 보호, 농공단지 활성화, 해경 인재개발원 유치 등 지역 생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뛰고 있다. 작은 민생부터 거대한 국가 아젠다까지, 문제를 정확히 짚고 해법을 준비하는 사람. 지금 우리가 어기구를 주목해야

호주 노동委 “보육교사 등 50만명 임금 최대 35% 올려라”

호주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 FWC)는 여성 근로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에 대해 최대 35%의 임금 인상을 권고했다. 이 조치는 약 50만 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특히 유아교육, 사회복지, 보건 및 약사 등 전통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직군이 대상이다. 4월 발표되 이 권고는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닌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비교적 적은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여성 중심 직종에서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2023년 기준, 호주의 성별 임금 격차는 13.3%였으며, 이는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연간 약 13,200 호주 달러(약 1,170만 원) 적은 수입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FWC는 이러한 구조적 격차가 여성 다수가 종사하는 돌봄·복지 직종의 사회적 가치가 임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성중립적 평가 대신 ‘성인지적 가치 평가’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을 내렸다. 여성 중심 산업의 임금 인상 배경 이번 결정은 2022년 알바니지(Albanese) 정부가 도입한 ‘공정노동법(F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