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렌드

미국 소비심리 둔화로 지출 감소세

고금리, 고물가에 소비 뚝
저소득층 이미 지출 줄여, 여행·레저·외식업계 아우성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까지 치솟을 때에도 끄떡없던 미국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있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고금리까지 지속되자 이를 체감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 물가 흐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비가 빠르게 둔화할 경우 금리 인하시기를 놓쳐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지출 감소는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은 재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가계 부채도 급증했다.

 

이상 징후는 레저업계에서 먼저 나타났다.

지난 8월 7일 월트디즈니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와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사업부가 소비 수요의 둔화 영향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3% 감소했다고 밝혔다.

 

디즈니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테마파크 사업이 식품비·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다고 FT에 설명했다. 이어 미국 소비자들은 높아진 식품 비용 등을 감당해 왔고, 이로 인해 테마파크 방문객 증가율이 평탄해졌다고 덧붙였다. 또 디즈니 테마파크와 소매점에서의 장난감, 인형 등의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고 한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힐튼호텔의 최고경영자(CEO)도 "시장이 확실히 약화되고 있다”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사용 가능한 소득, 가처분 소득이 줄었고, 여행 등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주당 순이익을 발표한 에어비앤비도 성수기인 여름철에 미국인 이용자의 수요가 둔화되는 조짐을 언급하며, 연간 매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에어비앤비의 주가는 13.4% 하락했다.

 

소매업체와 패스트푸드 체인점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마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주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소비자들이 신중해졌다. 싼 상품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최고 경영자(CEO)도 "일부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지 않은 채 집에서 식사를 하는 등 생활비를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최근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전 세계 동일 매장 매출이 1%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5달러짜리 메뉴를 개발해 내놓았다.

 

타코벨도 3달러 미만 메뉴를 여러 개 제공하고 있으며, 버거킹은 '유어 웨이 밀'을 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업체 메이시스의 토니 스프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실적발표에서 "소비자들은 압박받고 있으며, 상품을 꼼꼼히 고르고, 일부 상품만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포터리반 브랜드를 보유한 고급 소매업체 윌리엄스 소노마도 소비자들이 대형 가구를 덜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도 줄고 있다. 항공사들이 올 여름 남는 좌석을 채우기 위해 최근 몇 주 간 항공권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FT는 언급했다.

 

최근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배경으로는 저축액 고갈, 노동시장 과열 둔화 등이 거론된다.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가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축적한 저축을 모두 소진했다. 또 미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자리 증가세는 약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나타난 바 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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