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성주군 사드 배치 결정으로 생긴 혼란과 갈등은 정부의 잘못이 크다. 정부가 이제라도 성주 군민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석고대죄하며 다시는 이런 일방통행식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진정성있는 모습으로 협상을 다시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 몰라도 정부가 사고를 쳤으니 원칙을 가지고 수습해야 한다.
물론 국방부도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무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드 레이더보다 더 센 그린파인 레이더를 공개하고, 미군 괌 앤더슨 기지도 찾아 전자파를 측정했다. 이런 일이 성주 배치 결정이 나기 전 이뤄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국방부를 찾은 성난 군민이 “어느 작은 건축물 하나를 지어도 허가와 심사를 받는데,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드를 배치를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검사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랬으면 이처럼 반발이 크지 않았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그동안 많은 군사 전문가들의 검토와 연구 끝에 성주군을 최적지로 선택한 것이라며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 처럼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좀 더 전략적 으로 대처했다면 이런 갈등비용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정말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알리는데 힘을 더 쏟았어야 했다. 특히 사드가 배치 될지 모르는 지역주민들에게 사드는 언제 갑자기 떨어질지 모르는 북한군 미사일을 거의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라도 적극 홍보했어야 했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해온 행태를 볼 때 하루아침에 그런 신뢰가 생기지 않겠지만 그런 작은 노력들이 있었다면 이처럼 성주 군민들이 반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운영되는 정부라면 사드를 배치한다고 했을 때 자신들이 안전하게 보호되는 것이기에 어느 지역이든 사드배치를 대대적으로 환영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성주 군민들이 납득할 수준의 합리적인 보상책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대내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사드 배치를 우려하는 나라들에게 우리나라가 미국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또한 이번 사드 배치가 주변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자국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 그런 소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불신하며 날을 세우게 한다면 한중 경제 교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며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깨지기 쉬운 계란을 조심스럽게 다루듯이 중국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잘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처럼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한 가정이나 한 개인의 삶과도 비슷하다. 항상 안과 밖을 잘 챙겨보며 이게 정말 필요한 일인지 그렇지 않은지 잘 선택해야 한다. 또한 최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고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부의 성주 사드 배치 결정을 정말 지혜롭지 못하였고,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고, 우리가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군인이요, 공무원들이다. 이들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똑똑해져 정말 필요한 일이면 적극 밀어주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들어서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도 깨달았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이제는 일방통행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구 5만 명도 안 되는 조그마한 군인줄 알았던 성주군의 저력을 말이다. 한편으로 봤을 때 이런 갈등 자체가 민주주의의 한 단면이기에 옳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성주군 사드 반대 집회에서 나온 말처럼 농사만 짓는 무지몽매한 군민들이 아니다. 이치에 맞지 않고 불의한 일에 대해서는 자리를 박차고 혈서를 쓰고 삭발을 하면서 자기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이제 정부는 중앙집권적 사고를 완전히 버리고 작은 것부터 밑바닥에서 소통하고 대화하며 타협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이 지난 만큼 성인의 자치를 해야하는데 정부의 권위적 결정과 태도로 인해 선출직인 단체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이번 성주 군 사드배치도 그렇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주민의 대표인 성주 군수에게만큼은 사전에 성주군에 사드배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어야 할 것이 아닌가? 군수 입장에서는 이 나라가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인지 분권없는 단체장의 아픔을 실감하며 무능함의 현실을 알았을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도 성숙하여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된다. 중앙부처보다 더 똑똑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좀 더 인정하고 함께 협업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어느 나라나 크고 작은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사드배치 만큼 다양한 유형의 갈등 불씨가 남아있다. 정부에서 일을 추진하려하면 각종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유언비어가 터져 나오고 ‘확증 편향’으로 잘못된 정보를 접하면 그게 사실인양 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아무리 합리적으로 일을 결정하려 해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사회갈등은 OECD 회원국 중 5번째가 높다. 그러나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지수는 27위로 최하위권이다.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82조원에서 246조원에 이르러 한 해 예산과 맞먹는다. ‘갈등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을 만 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가현안에 대한 갈등을 완화하고 조정·해소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국가적 갈등 조정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성주군 사드배치 반대가 본지의 올해 슬로건 ‘Small Power’를 보여준 것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성장통이 되길 바란다. 또한 이미 엎지러진 물이지만 잘 수습함으로써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정책결정자들이 모든 책임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키를 다시 한 번 잘 잡아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