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 삭발투쟁과 철야농성으로 전국 최초 무상급식을 관철시킨 화섭 의장이 다시 경기도의회 의정을 맡았다. 그는 임기 동안 강한 의정의 토대를 만들어 쌍방이 대등한 연정(聯政)을 실현시키겠다고 한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의장직에 임하는 포부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윤화섭(경기도의회 의장)_ 경기도의회 의원님들께서 7대 의회 내 민주당 대표와 8대 후반기 의장으로 활동한 제경력을 후하게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맡겨주신 기간 동안 강한 의회를 만들고 상생의 정치를 펼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영애_ 그 지지에 부응하는 의장님이 되실 거라고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번 임기 동안 꼭 처리해내고 싶은 현안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윤화섭_ 전임 의장의 궐위로 인한 5개월간의 짧은 기간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의장으로서, 경기도의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특히 보좌관제 도입을 관철해 자료나 사무에 있어서 의원님들에게 쏠린 많은 업무를 분산시킨다면 효율적인 업무 수행도 가능하고 예산도 절감시킬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인사권 독립도 필요합니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의회의 직원들이 행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건 말이 안 되죠. 물론 한 번에 다 이루어지는 것은 무리가 있고 단계적으로 가야 합니다. 저는 그 첫 토대를 마련해서 다음 의장님께 잘 넘겨 드리고 싶습니다.
이영애_ 분권의 차원에서도 말씀하신 두 의제는 늘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다니면서 숱하게 많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 필요성을 공감하고 계신 거겠죠.
윤화섭_ 그렇습니다. 의회 직원들이 소신껏 일을 하는데 큰 제약을 받습니다. 특히 근무평가는 공직자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이잖아요? 그 때문에라도 집행부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죠. 꼭 개선해야 합니다.
이영애_ 최근에 공약 이행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셨습니다. 저희 《월간 지방자치》도 우수 광역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위민의정대상의 주관사로서 관심이 많은데요. 기억에 남는 성과 하나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윤화섭_ 하나 꼽자면 무상급식입니다. 무상급식이 경기도에서 시작하고, 전국적으로 이슈화될 수 있도록 직접 현장에서 노력했습니다.
이영애_ 현장에서 부딪쳤던 당사자시군요?
윤화섭_ 네 맞습니다. 두 번 삭발투쟁도 하고, 20여 일간 철야농성도 벌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성과들을 생각하면서 요즘 의정을 보노라면 누리과정 문제가 잘 안 풀리고 있는 게 참 답답합니다. 이게 원래는 국가사무이고 국가재정을 집행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업무만 지방으로 다 이양시켜서 난감합니다.
이영애_ 저도 취재를 위해 외국에 나가 다양한 사례들을 접해보노라면, 보편적 복지 차원의 정책 사례들은 중앙정부가 지방에 지원을 많이들 하더라고요.
윤화섭_ 맞습니다. 만약 의료보험제도 같은 것을 지방에서 한다면, 지자체 형편에 따라 국민들이 차등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소외계층을 없애는 차원의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해서라도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집행하는 게 맞습니다.
이영애_ 잘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경기도는 연정(聯政)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혀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누리과정 문제나 준예산 사태로 위태롭다는 관측이 많은데요.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의장님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윤화섭_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무늬만 연정하면 안 됩니다. 내용이 연정에 부합해야죠. 다르게 뜻풀이를 해보면 연정(戀情), 깊이 사랑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랑은 쌍방이지 일방은 아니거든요. 지금 경기도 연정은 말로만 신뢰한다고 하면서 한 쪽만 일방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누리과정이나 준예산사태 등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영애_ 준예산사태를 예로 들자면 어떤 일방적인 점을 느끼셨나요?
윤화섭_ 제대로된 연정이라면, 예산을 다루는 과정 상에서 상호 협의와 합의는 기본일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기주장만 해버리는 거죠. 그러면 한 쪽은 양보만하면서 손해를 봅니다. 서로 진정성 있게 배려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것이 안 보이는 거죠. 그래서 준예산사태가 일어났다고 봅니다.
이영애_ 앞으로 이 문제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윤화섭_ 사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연정은 있으나마나한 제도라고 봅니다. 그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려면 서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충분히 의견교환을 하고 또 신뢰해야죠. 지금은 경기도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힘의 균형이 기울었습니다. 그 균형을 맞춰줘야 할 곳이 집행부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 연정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르기를 바래봅니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의장님께서 중앙에 꼭 요청하고 싶으신 의제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윤화섭_ 지금 지방자치와 관련돼 정리가 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합니다. 큰 것들만 봐도 이것이 중앙정부 사무인지 아니면 지방정부 사무인지 불분명한 것들이 많습니다. 재정의 경우도 중앙정부 재정인지, 지방정부 재정인지 집행과 세수 확보에 있어서 선을 확실히 그어야 할 것들이 많죠. 위임사무와 고유사무 간의 구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들이 좀 명확해지면 지금 같은 문제도 많이 줄어들겠죠.
이영애_ 의장님의 든든한 버팀목이신 안산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안산만 생각하면 어떠신가요?
윤화섭_ 생각할 때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솔직히 아직은 아닙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아직도 안산에는 해결해야 될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안산(安山), 원래 한문 뜻은 편안할 안에 뫼 산자죠. 산 위에서 보면 연꽃 같이 아름답게 보이기 도 하죠. 근데 요즘엔 사람들이 ‘안 산다 안 산다 하면서 사는 곳이 안산’이라고 말한답니다.
이영애_ 저는 ‘다문화’가 먼저 떠오르기도 합니다.
윤화섭_ 그렇습니다. 많은 분께서 외국인들이 안산을 범죄도시로 만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피부색이 그 사람의 선악을 결정하지는 않거든요? 그런 의식은 개선해야죠. 그리고 생각을 달리하면 다문화라는 게, 굉장히 좋은 안산의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영애_ 그 말씀에 공감합니다. 어떻게 이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윤화섭_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펼친 뉴질랜드의 경우 24개국에서 오신 분들이 거주하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러지 않았는데도 안산에는 76개국 출신의 이민자나 외국인 분들이 거주하고 계십니다. 이 문화적인 힘은 엄청나죠. 또 이 분들은 우리나라 기초산업의 근간입니다. 이 분들을 잘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 생활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영애_ 관련해서 안산 시민들에게 약속하고 싶은 것들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윤화섭_ 저는 문화를 매개로 안산의 공동체가 화합할수 있도록, 그래서 지역에 활력이 넘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서로가 잘 알아야 하니, 문화체육사업에 힘을 좀 보태고 싶습니다. 지금도 국제교류축제나 미니월드컵 등 안산 만의 지역축제가 많습니다. 또 우리 국악을 이들에게 가르쳤더니 굉장히 좋아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업들이 꾸준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
적으로 돕겠습니다.
이영애_ 마지막으로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경기도의회 의원님들과 공직자, 주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윤화섭_ 지역과 도의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늘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에 부응해 안산과 우리 경기도가 더욱 행복하고 살맛나는 지역이 될 수있도록, 그래서 우리 지역이 주민들에게 삶의 생동감을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영애_ 그 마음이 항상 이어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윤화섭_ 감사합니다. 마음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