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을 비롯한 이화여대 거리는 예전만큼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 다시 과거의 영광을 위해 서대문구가 발 벗고 나섰다.
과거의 영광
신촌에서 이화여대로 이어지는 거리는 1980년대부터 젊은층이 많이 찾는 번화가였다. 주변 대학들을 따라 상권이 조성되었고, 다른 지역민이나 관광객들이 꼭 찾는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그런 영광을 가진 이화여대 거리가 서서히 몰락해 가기 시작했다. 해마다 보증금과 월세가 올라 이를 견디다 못해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신촌과 이화여대를 주로 찾았던 외국 관광객들이 홍대, 강남 등지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항상 붐볐던 관광객도 점차 줄어들었다.
매년 비어가는 점포는 늘어만 갔다. 한때 입점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했다는 194개 점포 중 절반이 넘게 비어 있을 정도였고, 2000년대 초반 평당 80만 원에 달했던 임대료는 2016년에 20만 원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실은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협력한 사업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서대문구와 이화여대가 손을 맞잡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계기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었다. 서대문구와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은 협의를 거쳐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이화여대 상인회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사업 내용은 어렵지 않았다. 다채로운 창업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 사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현장평가가 이어졌고, 사업 취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 청년몰 사업지로 최종 선정되었다.
그렇게 이화 52번길 조성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청년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 청년에겐 창업의 기회를 주고, 지역상권을 다시 살리겠다는 취지를 홍보했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꼽은 점은 바로 인테리어였다. 선정된 44명의 청년 상인들이 제시한 사업 아이템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컨설팅을 통해 타 지역과 다른 분위기를 뽐냈다. 일식집, 옷가게, 만화공방, 셀프웨딩드레스, 애완숍 등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점포들이 속속 입점해 예술과 문화, 기술이 있는 청년창업문화의 거리로 조성되었다.
서대문구는 52번가 공동로고가 부착된 쇼핑백을 배포해 청년상인들이 함께 공유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고, SNS를 통해 이 과정을 홍보했다. 또한 청년 상인들에게 창업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1년 동안 월세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사업이 종료되어 약속된 지원 기간은 끝났지만, 22개 점포 중 16개 점포가 아직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화 52번가는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협력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다른 곳과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도시재생이 지역의 각 단체들이 긴밀히 협조하지 않으면 해내기 어렵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INTERVIEW
상호: AHHORN(옷가게), 김혜인 대표
Q 처음 청년몰 사업을 어떻게 신청하게 되셨나요?
A 창업 준비를 하면서 오프라인 쇼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옷가게를 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때 인터넷에 홍보하는 내용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A 비슷한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진행하다보니,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서로 필요한 것도 도와주며 52번가를 만들어서 애착이 생기기도 하고요.
Q 마지막으로 사업을 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A 항상 손님을 데려오는 게 가장 큰 목표고요. 나중에는 제 손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인력이 부족해서 어려운 점은 있어요. 처음에 늘었던 손님도 방학 기간이라 많이 줄었고요.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상호: 맛잇스시(일식집), 이석원 대표
Q 처음 청년몰 사업을 어떻게 신청하게 되셨나요?
A 평소 알고 지내던 이화여대 교수님이 추천해 신청했습니다.
Q 이화 52번가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는 사업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지원이 끝나고 사업을 그만둔 청년사업자들도 더러 있는데, 관리 부분에서는 조금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아 이 부분이 많이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Q 사업을 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A 가장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매출에 따른 가게 운영 관리입니다. 이화 52번가 길이 조성되고 찾아오는 사람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 사업이 1년간 지원해주는 사업이지만 그 후에도 좀 더 관리를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