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쯤일까. 매서운 겨울날 낙조가 춘천에 쇠락의 그림자로 짙게 다가올 무렵 서울의 육동한은 온몸에 냉기가 밀려왔다. 내 고향이 어쩌다…. 번듯한 기업들이 줄줄이 춘천을 외면하면서 강원 제1도시의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시민 자긍심은 호반에 쓸쓸히 저물었다. 그는 똑똑히 기억한다. ‘해 저문 소양강’처럼 사람이 떠나는 도시, 문화 예술도 뒤안길로 사라진 ‘상실의 시대’를. 육동한은 단기필마로 고향에 돌아온다. 8년전, 서울의 빛나는 황금과 높은 좌대를 물리치고 오직 춘천의 명예회복을 위해, 춘천의 내일을 위해. 육동한의 결기 가득한 귀거래사는 스스로 택한 ‘한직’에 머물며 관찰과 소통으로 이어졌다. 춘천의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이 춘천을 먹여살릴 것인가. 그리고 이제 시장으로서 2년 반을 보내고 있다. 기업들이 손을 내밀고 있고 골목은 먼지를 걷어냈고 아스팔트는 탄탄하게 춘천의 미래로 뻗어 나간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육 시장이 만든 자살예방 케치프레이즈이지만 어느덧 춘천의 현재를 결속하는 공동체 약속이고 춘천의 미래에 함께 손가락을 거는 언약의 징표가 됐다. 그는 기업혁신파크에 명운을 걸었다. 110만 평의 이
이상훈 지음 | 파람북 펴냄 | 420쪽 | 18,500원 영웅이 불운하면 풍운아가 되는가. 파리한 불빛이 멀리서 빛을 발할 때 누구보다 먼저 그 빛을 끌고 오려 했고 열강의 틈바구니 노도에 실려 오는 근대화 바람을 누구보다 먼저 온몸으로 맞이했다. 그러나 빛은 기우는 국운과 함께 짧게 명멸했고 바람은 끝내 역사의 구름을 부르지 못한 채 타국 땅에서 한 점 이슬이 됐다. 김옥균만큼 한국 근대사에 드라마틱한 서사를 남긴 인물은 없다. 근대사의 숨은 영웅으로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그는 구체제의 심장을 겨눈다. 그래서 김옥균을 조선 최후의 혁명가라 부른다. 베스트셀러 작가 이상훈은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에서 김옥균의 숨은 영웅 면모를 샅샅이 드러낸다. 일본 자유민권 세력을 움직여 일본을 척결하려는 극일의 기수요, 실리적 개화파의 리더요, 조선왕조의 마지막 대들보였으며 조국 근대를 견인하는 역사의 격랑 속에 자신을 내던진 선각자로 김옥균을 그리고 있다. 작가 이상훈은 김옥균이 역사 앞에 굴하지 않는 담대한 사명을 품고 있었으며 과단성도 지녔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의 기로에서 오판과 실책이 드러나는가하면 운명의 장난과 권력의 배신이 그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철강산업은 트럼프 미국 정부의 철강재 25% 관세 부과 발표, 중국 저가 덤핑 수요 감소로 더욱더 암울한 시장 상황입니다. 이에 포항이 살고 철강산업이 살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소 착공과 철강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미국 관세 25% 부과에 대해서 포스코는 이미 수출 물동량을 조절하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문제가 아닌 포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일부 공장들이 문을 닫게 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닙니다. 결국 철강산업이 생존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그린수소는 기존의 고로 공정과는 달리 철광석 환원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배출하는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입니다. 수소환원제철소의 기술 상용화는 우리나라 철강산업 전체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과제입니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 기술을 선점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수소환원제철소의 건립을 위해서 포항제철소 인접 공유수면 135만㎡의 바다 매립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
일제에 의해 창지개명된 ‘심학산(尋鶴山)’을 원래 고유 지명인 ‘심악산(深岳山)’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교하 ‘심학산’ 아래 돌곶이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전해지는 설화에 의하면 조선 숙종 또는 영조 때 궁궐에서 기르던 학을 잃어버렸는데 ‘심학산’에서 찾게 되어 산의 이름을 찾을 심(尋)자 두루미 학(鶴)자를 써서 ‘심학산’이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미수 허목 선생의 ‘무술주행기’를 보게 되었는데 ‘심학산’이 아닌 ‘심악산’으로 되어있었습니다. 또한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1861년 제작한 ‘대동여지도’와 1862년(철종 13년)부터 1866년(고종 3년)까지 편찬한 지리지 ‘대동지지’를 구입하여 찾아보아도 ‘심악산’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파주위키 이기상 대표 도움으로 상명대학교 정우진, 김일림 교수가 쓴 “한강하구 ‘심악(深岳)’ 문화지형의 형성과 해체”라는 논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심악산’은 조선 광해군 때 교하천도론을 비롯하여 정감록에서 차기 도읍지로 교하가 지목되었고 현대 서울대학교 최창조 교수는 교하가 통일한국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그 중심에 서 있는 산
‘섬 지역 자치행정모델 도입을 위한 정책 포럼’ 에서 섬이 갖고 있는 특성과 어려움을 국가 차원에서 살펴보고 이런 가운데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특별자치권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해야 하고 나아가 세종시나 제주특별자치도처럼 위에 도(道)가 없는 단층제로 시작해야 제대로 된 자율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다음은 발제 및 토론자 발표 요지.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에서 광역으로 권한이 이양되면서 기초단체로 내려갈 때 자치가 0으로 수축하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분권은 매우 미흡하다. 3개 군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제 모형과 발전적 모델은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섬 지역 특별자치군의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안에는 사실을 도와 특별자치군과의 관계가 정리가 잘 안돼 있는 것 같다. 좀 더 치밀하게 정리를 해서 주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기 제주대 명예교수= 제가 국무조정실에서 국장으로 근무하며 제주특별자치도 사무 600건 정도를 총괄했습니다. 우선 제주특별자치도는 조직 행정 재정 이런 면에서 완
‘섬 지역 자치행정모델 도입을 위한 정책 포럼’은 정치인에게도 민감한 이슈였다. 3월 24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럼에는 여야 의원 8명이 참석해 3개군 군수들이 말하는 섬 지역의 애로사항을 주의깊게 들었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대목에선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의원은 서삼석(민주, 영암 무안 신안), 배준영(국힘, 인천중구 강화 옹진), 이상휘(국힘, 경북 포항남구 울릉군), 양부남(민주, 광주서 을), 나경원(국힘, 서울 동작을), 손명수(민주, 경기 용인을, 이상 축사 순)의원 그리고 김은혜(국힘, 경기 성남분당을) 이인선(국힘, 대구 수성을) 의원이다. 다음은 축사 요지(발표 순). ◇서삼석 의원= 제가 박우량 신안군수와 구두 약속한대로 섬 진흥원, 소금산업진흥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특별자치군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남은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오신 여러 의원님들과 세 분 군수님 그리고 섬 주민 여러분들과 함께 힘을 모아 반드시 이런 일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배준영 의원= 제 지역구는 대부분 섬 지역입니다. 명실상부 섬 의원입니다. 모든 섬들이 형편
신안군 옹진군 울릉군 3개 군의 섬 특별자치군 지정을 촉구하며 새로운 지방자치의 길을 모색하는 정책포럼이 열렸다. 지난 3월 24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섬 지역 자치행정모델 도입을 위한 정책 포럼’에는 여야 국회의원 8명, 3개 군 군수와 300여명의 지역 관계자 등이 참석해 특별자치군 지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며 제도 개선과 함께 특별법 추진 의지를 강력히 보였다. 이날 박우량 신안군수는 개회사를 통해 “우선 특별법은 3개 군이 요구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제정해야 할 일이다”라며 “저희 지자체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보다 자율권을 주는 게 더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신안 옹진 울릉 등 바다를 품고 있는 3개 군은 엄청난 풍력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어 에너지 자립의 국가적 소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3개 군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서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 지방자치가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경복 옹진군수는 “도서지역을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육지와 같은 잣대를 적용해 큰 불편과 제약이 있다”며 “육지와 다른 것은 다르게 평가하고 다른 곳은 다르게 적용해야 형평성이 맞는 것 아니냐”고
김형동 재선 국회의원(국민의힘, 경북 안동·예천). 유명 정치인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아는 사람은 꽤 깊숙이 그를 안다. 한국노총에서 월급 받는 변호사 1호로 15년 근무했으니 노동계에 발이 넓다 할 수 있다. 노동운동 변호사라고 부르자 고개를 젓는다. 기라성 같은 선배가 얼마나 많은데 한다. 그래도 국회 환경노동위 간사를 하고 있어 그의 목소리는 여의도를 넘어간다. 인터뷰 답변에서도 노동운동의 뒷모습을 두루 꿸 때는 ‘붓을 든 노조원’ 같아 사관(史官)의 모습이었고 노조의 불합리를 짚는 한마디 한마디는 판관(判官)의 준열한 음성이었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 주택을 짓고 사는 그는 조선 말기 세도가 안동 김씨 가운데서도 중심인 이른바 장동 김씨 가문 후손이다. 독립운동가 이름이 족보에 즐비하다. 퇴계의 도산서원 뒤편에서 태어난 그는 안동과 예천 200리 가로지르는 낙동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때로 연민에 젖는다. 교육 의료 교통 등 쏟아지는 민원은 안동과 예천의 참을성 많은 ‘양반 품격’을 압도한다. 김형동에게 어르신들의 불평 불만이 숙명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런 김 의원에게 얼마전 새로운 도전이 생겼다. 외교를 모르고는 내치도 없다는
10년전 실험실을 막 나온 로봇은 불안하게 걸으며 넘어지기 일쑤였다 (이용석도 고전했지만 ‘나랏일’을 짊어진 그는 끈기를 잃지 않았다). 실망한 엔지니어들을 10년만에 구해준 건 AI였다 (이용석은 스스로 AI가 되려고 노력했다. 숱한 불면의 밤과 선후배의 땀이 이를 증명한다). 오늘의 로봇은 마이클 조던처럼 덩크슛을 던지고 노래 ‘아파트’ 동작을 그럴듯하게 흉내낸다 (10년새 식견과 안목이 자란 이용석도 이 정도는 한다). 로봇이 덩크를 꽂아 넣는다면 이용석은 모바일 신분증을 아무데서나 안보고 던져도 3점슛이다. 로봇이 아파트 동작을 하면서 관절을 자랑한다면 이용석은 온갖 ‘혜택 알리미’를 경쾌하게 들려주며 우리 팔 다리를 쉬게 한다.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의 발자취는 첨단 기술의 집합체 로봇 발달사와 비교할만 하다. 이 실장이 초급 간부일 때부터 맡은 나랏일은 ‘디지털 정부’. 눈에 보이지 않는 0과 1의 세계로 그를 이끈 건 선배들의 따뜻한 격려였고 정부라는 거대한 몸집에 디지털이라는 심장을 심는 막중한 책임은 온전히 이 실장의 몫이었다. 디지털 심장은 정부에 온라인의 맥박이 뛰게 했고 국민 모두의 혈관에 멋진 신세계의 산소를
월간 지방정부는 2월 13일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 전국 대의원 결의대회 에서 석현정 위원장을 만나 올해의 투쟁방향 등을 물 었다. 목소리는 친절했지만 폭포수 같은 도도함이 묻어났다. 월간 지방정부_ 올해 경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공노총으로선 올 해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울까요? 석현정_ 국민의 삶이 팍팍해지면 저희도 팍팍해집니다. 지금 처럼 갈등이 심화되고 정치가 실종된 시기엔 공무원 노동자 들이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또 올해는 국가 권력을 더욱 잘 견 제할 수 있는 노조가 되어야겠다 하는 게 제 첫 목소리입니다. 월간 지방정부_ 작년엔 어떤 성과를 첫손에 꼽을 수 있을까요? 석현정_ 저연차 공무원들이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보수 때 문에 자꾸 빠져나가면서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래 서 저희가 작년에 열심히 투쟁해서 최저임금하고는 비교하지 않아도 될만큼 올려 놓았습니다. 월간 지방정부_ 올해 공노총은 어떤 것을 얻어내면 좋을까요? 석현정_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금과 임금입니다. 법에 정해져 있고 정부가 약속한대로 적정 임금을 보장하라는 겁니다. 이는 공무원을 위한다기 보다는 국민을 위하는 길입니다. 공무원의 연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