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업그레이드

지방의 문화자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역할 제고 (이동권 전 울산 북구청장)

 

어릴 적 소를 몰고 나무하러 오르던 산을 어른들은 '기배기재'라 불렸다. 어른들이 그리 부르니 그런 줄로만 알았다. 후에 임란사를 접하면서 그곳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고, 임진왜란 배 울산의병의 주둔지이자 격전지인 기박산성인 것을 알았다.

젊은 의병들의 애국심과 기상이 남아 있는 곳. 지금 그곳에는 '旗嶺(기령)'이라 적힌 비석만 외로이 남아 의병의 넋을 달래고 있다.

 

울산 의병의 흔적-기박산성과 달현재

울산은 조선시대 왜란 당시 전쟁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중요 전투 지역이었다. 왜적에 항거해 나라를 지키는 데 공을 세운 선열도 많았 고, 그런 역사의 현장이나 지명도 일부 남아 있다.

울산과 경주의 경계에 위치한 기박산성은 신라시대에 축성했으며, 해발 590m의 함월산 삼태봉을 에워싼 1.8km의 석성이다. 경주시 양 남면의 동해안 일대와 남쪽의 울산만, 서쪽 모화리 일대를 동시에 관망할 수 있는 지형적 조건을 갖춘 곳으로 왜구를 방어하는 동해안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다.

기박산성은 울산 의병사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다. 1592년 4월 23일 울산의 선비 7인이 기박산성에 제단을 설치해 의병의 출진을 하늘에 알렸다. 이후 기박산성은 울산 의병의 주둔지 역할을 했다. 기박산성 과 의병의 결진 과정은 의병장 이경연의 <제월당실기 霽月堂實紀>에 잘 나타나 있다.

기박산성과 함께 전투가 치열했던 곳이 또 하나 있다. 강동동 달골 과농소동 호계 사이에 있는 무룡산 고개 ‘달현재(달령재)’다. 의병장으로 활동한 송호 류정의 임란일기인 <송호유집松遺集>에 1592년 5 월 13일과 19일의 달현재 전투가 언급돼 있다.

임란 당시 울산에서 승전을 올린 주요 전투지로 기록돼 있지만, 지금 달현재에서 울산 의병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구청에서 세워 놓은 안내판이 이곳이 달현재임을 알려줄 뿐이다. 기박산성과 달현재는 그 역사성에 비해 역사적 사실이나 장소의 중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체계적인 연구 또한 뒤따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박산성 역사공원, 의병 탐방로 조성 등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

울산은 지금까지 문화불모지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북구는 특히 더 그랬다. 각종 문화시설이 제 때 충족되지 않았고, 지역의 문화 자산에 대한 연구도 부족했다. 그래서 구청장 임기 동안 문화예술이 융성한 문화도시 북구 만들기를 주된 해결 과제로 삼았다.

 

북구에는 고급 문화자산이 산재한다. 앞서 언급한 기박산성과 달현재, 울산의병, 그리고 울산쇠부리, 달천철장 등은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차별화된 역사 문화콘텐츠다. 이러한 고유의 문화자산을 재조명하고 시민에게 널리 알리는 일에 행정관청이 앞장서야 한다.

 

우선 울산 의병의 기상이 남아 있는 기박산성 일원에 역사공원을 만들었다. 현재 그곳에 충의교육관과 기념비 등 우리 선조의 업적을 기릴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여 교육적 효과를 높이고자 하였다. 그리고 주변에는 이삭귀재 등 습지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돌티미늪도 자리하고 있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교육도 병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게다가 기박산성, 달현재와 함께 왜란 때 최초로 승병이 봉기한 신 흥사를 아우르는 지역에 의병 탐방로를 개설하면 우리 선조들의 얼과 기상이 담긴 훌륭한 북구의 문화자산이 탄생할 것이다. 역사공원, 탐 방로 조성과 더불어 울산지역 의병사를 체계적으로 정립할 수 있는 연 구나 학술 심포지엄 등이 뒤따른다면 금상첨화다.

 

매년 4월 기박산성 의병추모제가 열리고 있지만, 의병 후손들이나 지역 주민 몇몇이 관심을 두는 데 그칠 뿐이다. 기박산성 역사공원 조 성과 탐방로 개설 사업 등으로 울산과 북구지역 의병사, 우리 선조들 의 업적이 재조명돼 후손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자산을 지켜내려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냉철하고 지속적인 행정관청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우리 역사 문화자산을 제대 로 알고 다듬는 일, 또 이를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 후세에 알리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다.

 

배너

발행인의 글


2023 경상북도 새마을 페스티벌, 지방시대의 새로운 도약의 시작

지난 11월 3일부터 4일까지 이틀 간 경상북도는 구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에서 ‘2023 새마을 페스티벌’을 개최해 지방시대의 새로운 도약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축제는 ‘우리! 다시! 함께! 새마을!’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특별한 점은 MZ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하는 새마을정신의 계승과 세대 간 화합을 표방했다는 평가다. 새마을 페스티벌은 경북을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하고, 다음 세대가 지방시대를 선도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축제였다. 특히 기성세대가 어린이들에게 새마을 후드 티를 선사하며 새마을정신의 계승을 위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는 스리랑카 마힌다 야파 아베와르다나 국회의장, 국회의원, 주한 스리랑카 대사 등 해외 내빈이 많이 참석해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스리랑카는 정부 주도로 ‘새마을, 새로운 국가'라는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이번 행사 참가를 통해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으로 새로운 도약의 길을 모색했다. 행사는 새마을의 과거와 미래를 담은 다양한 활동이 진행됐다. 의장대 퍼포먼스와 시대별 새마을 변천사를 소개하며 축제의 개막을 알렸고, 시·군 홍보부스 운영, 체험행사, 새마을 줄다리기, 플래시몹 등이

호주 원주민 최초 국민인정 투표

10월 14일 호주에서 역사적인 국민투표가 진행됐다. 호주 원주민을 헌법상 최초의 국민으로 인정하는 데 대한 개헌 투표로, 호주인들이 나라 역사를 진지한 마음으로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호주는 1788년 애버리지널 원주민들이 살던 땅을 영국인들이 식민지로 개척하며 탄생했다. 이때 원주민들은 살고 있던 땅을 뺏기며 민족의 반 이상이 학살당했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 때 겪었던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원주민은 오랫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재산을 소유할 수 없었고 자녀를 강제로 입양 보내야 했으며, 지역 주민 수를 계산할 때 원주민들의 숫자는 포함하지 않았다. 원주민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었고 ‘원주민 보호구역’이라는 지역을 만들어 보호라는 명목 아래 그들을 격리하고 통제했다. 지금은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원주민을 향한 인종차별은 지속됐다. 이번 투표 결과를 통해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다고 알려진 호주에서 이러한 결과는 참으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원주민을 헌법상 최초의 국민으로 인정하는 데 대한 국민투표 결과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집계에 따르면 전국 반대 투표율은 60.69%, 찬성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