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초의회에서 봇물처럼 터진 각종 비리 때문에 또 한 번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계란을 맞고 있다. 중앙정부도 사드 등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으로 지방자치를 고생시키는 와중에, 우리끼리 이래서야 되겠는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후반기 의정이 시작되자마자 기초의회의 각종 비리사태로 시끌벅적하다. 경상남도 창녕군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 전체 의원 11명 중 7명이 금품살포 의혹에 연루되며 ‘의회 해체’ 위기까지 맞았다.
이는 한 의원이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박재홍 창녕군의회 부의장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자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에 금품 수수를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신고를 받은 검찰은 조사를 하면서 손태환 의장을 비롯해 의원 대다수가 금품살포에 연루되었다고 밝혔는데, 이 때문에 창녕군은 의정은 물론 김충식 창녕군수까지 여름휴가를 취소하는 등 56일 동안 군정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창녕군뿐만이 아니다. 김명식 김해시의회 의장도 동료 시의원에게 지지를 부탁하면서 3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의령군의회에서는 의원들끼리 특정 후보를 의장으로 밀어주지 않으면 각각 1억~2억 원을 보상한다는 내용의 ‘혈서 각서’를 써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거창군의회도 한 군의원이 “의장 선거에 출마한 의원이 돈을 주기로 했다”며 거창경찰서에 폭로하는 등 경상남도에서만 18개 기초자치단체 중 4곳에서 돈선거의혹이 불거졌다.
물론 비리 의혹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전라남도 여수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9명이 국민의당 소속 박정채 후반기 의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본회의 개장 시 박 의장의 입장을 막아 정당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상북도 울진군의회는 의원 3명이 지역 정미소 업자의 토지 매입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300만 원씩 수령한 혐의를 받아 울진경찰서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고, 다른 의원 1명은 울진 원전 건설 예정부지에 자녀 명의로 부동산을 투기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전체 의원 8명 중 7명이 비리 의혹에 연루돼 비난을 샀다.
경기도 의정부시의회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이원 의원이 시 사업에 개입해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1석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에 원 구성 우선권을 내어준 새누리당이 원 구성을 다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여야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니 여론에선 자연스레 기초의회 무용론이 고개를 든다. 당장 쑥대밭이 된 경남의 한 지역 유력 일간지는 ‘기초의회 폐지 여부 공론화할 필요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지방자치 시행 21년이 지났지만 기초의회에서 비슷하게 목격되는 (이 같은 현상이)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며 “조폭 뺨치는 의장단 나눠 먹기 추태를 보면 차제에 기초의회 폐지 여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의 시민단체도 들끓는다. 울진군 사회정책연구소는 “(기초의회가) 뇌물과 투기에 관한 일을 감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조례를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적절치 못한 일에 나선 선출직 공직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는 울진군민의 허탈감과 분노를 불러일으킨다”며 “울진군의장은 군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울진군의 명예를 먹칠한 울진군의회는 해산하라!”고 분노한다.
이들의 주장대로 기초의회는 폐지돼야 옳은 것일까? 기초의원들에게 아마 이 질문을 하면 그들은 기초의회야 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오히려 권한과 위상을 확대해야 된다고 답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상기한 대로, 기초의회 폐지론에 매번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은 기초의원 자신들이지 않는가? 조금의 부끄러움이라도 있다면 그 답은커녕 이 질문에 많은 의원들이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기초의회에 세비와 각종 의전이 지급돼 이를 욕심 부리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시녀’ 노릇을 하며 중앙정계 진출의 교두보로 기초의회를 이용했던 것이 바로 대한민국 기초의원들의 자화상이고, 기초의회의 수준이지 않는가. 혹자는 기초의원들을 “동네 복덕방 하던 사람들이 만든 수준”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초의회가 국민을 위해 ‘화이팅 넘치는’ 후반기 의정을 결의해야 할 7월, 8월에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응원받기는커녕 계란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