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의원님 저는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이 참 좋습니다. 의원으로 활동한지 이제 곧 4년인데, 마무리를 하시는데, 활동하시면서 어떤 느낌이셨어요?
도종환(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_ 의원들도 ‘시인님’, ‘선생님’ 하고 부르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게 부르는 게 편하다고 하고, 저 역시 그렇게 불러주시면 더 편합니다. 밖에 있는 사람들도 의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의원같이 보이지도 않는대요! 그리고 의원이라고 부르면 ‘도 의원’이여서요(웃음).
이영애_ 아! 진짜 그러네요(웃음).
도종환_ 전혀 정치인 같아 보이지 않는 정치인, 정치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정치를 하는 것을 ‘비정치의 정치’라고 합니다. 체코의 하벨 대통령이 극작가 출신인데, 두 번이나 대통령을 했습니다. 전혀 정치인 같아 보이지 않았으며, ‘영혼이 있는 정치’로 그리고 지성인으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지 않고 정치를 했습니다. 또 그것을 국민들이 좋아했습니다. 하벨 대통령의 책을 읽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영애_ 꼭 그렇게 한 번 더 해주십시오(웃음)! 지금 말씀하셨던 내용은 인터뷰하면서 처음 들어본 것 같아요.
도종환_ ‘영혼이 있는 정치’라고 의정활동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도로예산 얼마 가지고 왔습니다’, ‘SOC 예산 얼마 받았습니다’라고 썼지만, 저는 무엇을 했나와 시를 함께 적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도종환_ 능력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순발력과 실천력이 필요한데 그런 점이 부족합니다. 저는 누군가 소리를 지르면 ‘왜 저럴까?’ 생각을 합니다. 생각이 많아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않지만 순발력이 떨어집니다.
이영애_ 사실 의원님 같은 분들이 길게 해야 합니다. 10년 정도, 3선쯤 되면 세상이 바뀝니다. 저는 그 부분이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보이는데, 분명 능력입니다! 의원님, 교육문화위원회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때문에 뜨겁지 않았습니까?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무엇을 발의하셨다는데요?
도종환_ ‘국정교과서 방지법’을 발의했습니다. UN에서 말하는 역사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할 가치들, 다양성, 상호존중, 이해, 관용, 인권, 민주주의 이런 것들이 반영되는 수업이어야 합니다. 교과서는 학자와 교육자들이 결정할 사항이고, 역사적 지식이 얕은 정치인들이 나서서 정치적 전쟁으로 끌고 오면 안 됩니다. 김무성 대표가 이것은 전쟁, 특히 이념전쟁이라고 했는데, 정치인들이 교과서 논쟁을 이념 전쟁으로 끌고 가면 안 됩니다. 학자들은 교과서 5권을 읽고 교과서 1줄을 씁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과도하게 바꾸라고 하는 것은 국가주의 개입이며, 반드시 큰 문제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인들이 교과서 내용을 보지 않고 거짓말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황교안 총리가 ‘6·25전쟁의 책임은 남북 모두에게 있다라고 기술돼 있다’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는데, 제가 기자들에게 전쟁의 책임을 남북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서술된 교과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거짓말이라고 밝혔습니다. 밑에서 편집해서 준대로만 발표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발 교과서를 보고 말씀해달라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었습니다. 또 학교의 99.9%가 편향된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0.1%의 학교만 올바른 교육을 받았다는 건가요? 8종 교과서 중 교학사라는 출판사에서 낸 교과서로 공부한 3개 학교만 올바른 교육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0.1%가 사용하는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 교과서, 부실 교과서입니다. 2003년에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를 보고 놀랬어요. 한 권에 2,200개의 오류가 있는데, 봐주기 검정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특히 친일문제가 너무 지나칩니다. 일제 때 쌀을 수출했다고 가르친 교과서로, 일본에 쌀을 수출했고, 국민 소득이 향상됐다고 말하는데, 일제강점기 때 다 빼앗기고 수탈당해서 굶어죽고 쓰러졌던 사람들이 지금 생존해 있습니다. 그 분들께 ‘쌀도 수출할 정도로 좋았죠?’, ‘소득도 보장되고 참 좋았죠?’ 라고 물으면, ‘좋았지!’라고 몇 분이나 답하겠어요?
이걸 식민지근대화론이라고 하는데, 대국민담화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분했습니다. 국민들 앞에서 버젓이 거짓말을 해도 되는가? 검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겠다고 확정됐지만 이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종환_ 문화인력, 문화시설, 문화정책, 문화예산이 서울에 70~80% 이상 몰려 있어요. 지역 문화가 균형 있게 발전하지 않고, 서울에만 편중되어 있으면 장기적으로 지역의 문화가 고사하는 형태로 갈수 있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책임지는 계획,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을 구석구석 발전할 수 있는 국가, 문화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지역문화진흥법'입니다. 지역의 문화 예술인들을 모아 토론하고 지역의 입장,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역을 순회하면서 검증받으며, 1년에 걸쳐 만들었습니다.
이영애_ 꼭 지역문화가 발전하길 바랍니다! 그동안 활동하시면서 이것만은 ‘꼭 고쳐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도종환_ 한류 드라마가 만들어질 때마다 자동차가 팔리고, 화장품이 팔립니다. 그런데 한류 드라마 대본을 쓰는 사람은 문인들, 작가들인데, 이 분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학진흥에 관한 법이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인들을 도울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영애_ 꼭 되도록 의원님이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앞으로의 포부나 계획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도종환_ 국민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 희망을 주기보다는 분열과 대립을 하고 있기에 총선을 앞두고 걱정이 많습니다.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못 들겠습니다. 반드시 통합하고, 희망을 주고, 단결하고 그리고 쇄신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그렇지 못하면 저희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면 2~3번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변화와 희망, 쇄신과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 해도 되지만 그걸 못하면 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 네, 2016년 새해입니다. 힘찬 새해를 맞이하려면 국민도 공직자도 국회도 다함께 잘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희망의 말씀을 시적으로 부탁드립니다(웃음).
도종환_ ‘아! 2016년에는 비전이 있어!’ 이렇게 다들 생각을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희망의 메시지를 말씀드리기가 주저되고 죄송스럽습니다.
하루하루가 소중합니다. 하루를 감사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가 어제 죽어가면서 ‘하루만 더 살았으면’ 했던 아주 소중한 날이고, 지금 우리가 사는 하루가 감사한 날이라는 것 《월간 지방자치》 독자분 그리고 지역 곳곳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사시는 분들에게 하루하루를 값지게, 가치있게, 아름답게 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영애_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살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