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20일 인류는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착륙 후 달 표면에 미국 성조기를 꽂았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새로운 개척에 성원을 보냈지만 한편으로 는 미국이 달을 착취하려 한다는 논란이 많았다. 과연 미국은 성조기를 달에 꽂음으로써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국제연합(UN) 의 국제우주조약에서 찾아볼 수 있다. UN우주조약은 이러한 소유권의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우주는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며 우주비행사는 인류의 특사라는 이념하에 만들어졌다.
UN에는 United Nations Office for Outer Space Affairs(UNOOSA)라는 조직이 있다. UN 외기권 사무국이라고 불리는 이 조직은 국제우주조약을 협상하고 체결하는 기구다. 이 조약의 시초는 1950년대 미소 간 냉전과 우주 개발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우주개발의 무한한 가능성과 우주에서의 미소 간 갈등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UN은 1958년 12월 외기권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 (UN Committee on the Peaceful Uses of Outer Space, UNCOPUOS)를 설립하고, 1967년 1월 첫 국제우주조약인 Outer Space Treaty -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하는 우주공간의 탐사와 이용에 관한 국가들의 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 (Treaty on Principles Governing the Activities of States in the Exploration and Use of Outer Space, including the Moon and Other Celestial Bodies)을 체결했다.
이 조약 전문에 나오는 “the common interest of all mankind in the progress of the exploration and use of outer space for peaceful purposes” 라는 표현은 우주는 평화적 용도로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개념을 각인시킨다. 조약 제1장은 우주는 어느 한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며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함을, 제2장은 어 떠한 국가도 우주에 있는 천체 및 대기권에서 주권을 행사할 수 없음을 못 박았다. 또한 제 4장에는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를 우주 어느 곳에도 설치할 수 없음을 규정해 우주의 평화적 이용 법칙을 강조했다. 우주는 인류공동유산(Common Heritage)이요 모든 나라가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이념이 국제우주조약에 잘 반영돼 현재 105개국이 조약에 가입해있다.
국제우주사회에 큰 틀을 만들어 준 Outer Space Treaty 외에도 UNOOSA를 통해 체결된 네 가지의 국제우주조약이 있다. 이들 조약 중 대한민국은 <달과 기타 천체에 관한 협약>을 제외한 모든 UN 우주조약 및 협정을 체결했다. 실질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모든 우주조약 당사국이라고 볼 수 있다.
UN의 조약을 체결한다고 해서 해당 국가에서 그 조약이 법률적 효력을 바로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약을 준수하도록 법을 제정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UN에서 체결한 국제우주조약은 국내 우주정책 및 법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05년 제정된 <우주개발 진흥법>(법률 제7538호) 제1조에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또한 제8조는 대한민국 국민 및 법인이 인공우주물체를 발사할 경우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는 것을 의무화시켰다. 이는 UN의 Outer Space Treaty와 Registration Convention의 이념과 뜻을 같이한다.
북한은 2012년 12월 은하3호 로켓을 발사하여 광명성3호 지구관측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발사과정에서 1단 추진체의 연료통이 서해에 떨어졌고 대한민국 해군이 잔해를 인양했다.
당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은하 3호를 적국의 무기(미사일)로 보고 있고, 이번 발사 행위가 국제법상 UN 결의안 1874호 위반이기 때문에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3년 1월 UN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2087호도 은하3호를 무기로 간주했다.
이러한 결의가 없었더라도 대한민국은 은하3호의 잔해를 북한에 돌려주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우주비행사의 구조와 귀환 및 우주로켓의 귀환에 관한 협정(Return and Rescue Agreement)은 체결 국가 간의 의무와 권한을 명시하는 조약이며 북한은 조약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조약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은하3호가 무기로 간주되지 않고 광명성3호의 평화적 목적이 인정되었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어려운 정치적 결정 을 내려야 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국제우주조약은 우주강대국이 아닌 국가에도 국내외적으로 영향력이 있다.
대한민국은 우주법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전돼 있는 나라로 꼽힌다. <우주개발 진흥법> 외에 <항공 우주산업개발 촉진법>, <우주손해배상법>, <우주 개발사업 보안관리 규정> 및 <위성자료 보안관리 규정>과 같이 포괄적인 법 규정과 UN 체결 국제 우주조약들이 우주강대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발판이 되고 있다.